김정은 위원장 특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방중…대화국면 전환하나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한반도 정세가 또 한번 급변하고 있다. “6자회담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며 큰소리를 치던 북한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며 대화모드로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24일 '6자회담'을 포함한 여러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한반도 정세의 전환 여부가 주목된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가운데 최룡해가 그동안 '사멸됐다'고 북한이 주장했던 6자회담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자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최룡해 특사의 '6자 회담' 언급은 북한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은 출발부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회담이라는 점에서 이 회담의 참여는 비핵화라는 전제에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이런 태도변화는 일단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룡해 특사는 23일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조선(북한) 측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요청을 수용해 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특히 6자회담은 의장국인 중국이 국제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해 굉장히 적극성을 갖고 회담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는 중국의 입장을 십분 감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시진핑 주석은 내달 7,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이번 북한의 6자회담 참여 의사 표시로 나름 방미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6자회담 참여 의사를 밝힘으로써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미중정상회담을 거쳐 북미간의 양자접촉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수용한 것은 과거와 달라진 대북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3차 핵실험에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고 급기야 중국의 은행들이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중국의 달라진 태도에 당황한 북한 지도부가 이번 강경한 행보를 주도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파견하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6자회담 등 대화 수용의사를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특사는 시 주석과 만나 북한은 경제발전, 민생개선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화로운 외부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강경 행보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중되고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까지 잠정 폐쇄된 상황에서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해 현재의 꼬인 정세를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범 1년을 조금 넘은 김정은 체제의 입장에서 민심 장악 등을 위해서는 경제 사정의 호전이 절박한 상황이다.

특히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필두로 한 군부가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강경행보를 이어가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실용적 인사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에 북한이 6자회담 참여 의사까지 밝힌 것은 군부 주도의 강경국면에서 벗어나 내부의 사회·경제적 수요를 채워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언급으로 6자회담이 바로 재개되거나 북미대화 등이 갑자기 이뤄지면서 급박하게 대화국면으로 정세가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6자회담 재개의 열쇠라는 점에서다.

미국은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6자회담 재개에 앞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 왔다.

진정성 있는 조치는 북한이 6자회담 틀을 깨고 나가기 전 상태로의 비핵화 상태 회복이다.

특히 진정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태도·정책 변화와 함께 비핵화 사전조치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한미 양국이 특정 조건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북미간 2·29 합의 이상을 북한이 약속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함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과 같은 핵심적인 비핵화 사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재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최룡해는 이번 방중 기간에 6자회담과 대화를 언급했지만 비핵화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언급보다는 중국과 달리 북한이 비핵화를 전혀 말하지 않은 것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검경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이다. 핵 보유를 선언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한 북한은 이제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진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는 대화를 하면서 뒤로는 시간을 벌면서 핵 능력을 계속 진전시켜왔다는 심각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2차 북핵위기로 시작된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된 것도 북한의 약속 불이행 때문이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명시한 9·19 공동성명이 2005년 채택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협상이 교착되자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되고 2007년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단계 조치(2·13합의)에 이어 2007년 10월 2단계 조치(10·3합의)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북한의 과거 핵활동 검증 문제가 걸림돌이 돼 6자회담은 2008년 말 중단됐다.

북한이 이번에 언급한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달래고 미국을 북미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술적 변화인지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명확해질 전망이다.

여기다 그간 북핵 문제로 소원해 졌던 양국관계가 다소 복원될 분위기를 보이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 이번 면담에서 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특사의 방중 목적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행위에 따라 경색된 북중관계의 복원에 있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 수뇌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0년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차기 지도자'로 공식 지명되자 여러 차례 초청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특사 방중 이후 북중관계가 공고해지면 양국 지도부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의 방문은 언제든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 양국은 전통적으로 특사나 고위급 지도자의 상호 방문과 이들의 최고지도자 예방을 통해 소통과 친선을 도모했고, 이는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으로 이어져 양국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해 왔다.

일단 북한은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그동안의 강경 입장에서 벗어나 바싹 자세를 낮추고 한동안 '불가'입장을 고수하던 6자회담 참가 등 중국의 요구에 따라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그동안의 껄끄러운 상황은 제거되고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기초적인 환경은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중국 지도부로서도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서 일부 굴곡에도 불구하고 유지해온 북중관계와 대북 영향력을 3대에 이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유지, 확대하기 위해 김 제1위원장과의 방중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룡해 특사의 발언이 향후 실제로 북한의 진정성있는 노력으로 이어져 6자회담에 참가하고 북중간 협력이 활성화될 때야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이 결정되더라도 북중간 정상외교를 전담하고 있는 당 국제부가 방문에 필요한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하는데도 일정한 시일이 소요된다.

한편 우리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 관련 언급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전날 ‘대화’를 언급한 데 대해 “평가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특사가 중국을 방문 중이며 어떤 내용이 언급됐고 어느 정도 양국 간에 논의됐는지 명확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룡해가 언급한 ‘대화’를 두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대화’라는 아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 나와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가장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성원으로 나오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인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신뢰를 쌓으며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해 도발적 행위나 조치를 중단하고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자세와 입장에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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