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사면초가 상황서도 빛 발한다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총성 없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오늘날의 시장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선택을 받기 위해 많은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도 분명 결실이 있긴 하지만 프로스트 & 설리번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업 가치를 가장 크게 축적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었다. 그만큼 혁신은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혁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어느 한 두 가지 방식으로 요약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검경일보가 LG경제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혁신의 무한한 가능성과 그 임팩트를 들여다봤다.

▲ 세계 선두 IT 기업인 델이 지난해 출시한 21.5인치의 멀티 터치 모니터 S2240T. (사진제공: 델인터내셔널)
ESCO 비즈니스 모델은 Pay as you go 방식을 훌륭하게 실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ESCO는 Energy Service Company의 약자로 다양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건물 레트로피팅, 에너지 인프라 아웃 소싱, 전력 공급 및 리스크 관리 등의 포괄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너지 절감형 형광등부터 시작해서 공조시스템에 이르기 까지 빌딩의 여러 구성요소들에 대해 빌딩 소유주들이 갖고 있는 선투자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크다. ESCO는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즉, 빌딩 소유주에게 에너지 절감솔루션을 제안하고 사업이 성사되었을 경우 에너지 절감분에 대한 수익 공유 및 투자비 회수 등을 통해 빌딩 소유주의 초기 투자금을 최소화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 에너지 절감형 형광등이 개발됐을 때 에너지 절감 효율성이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제품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이를 도입하는 측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절감분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공유하는 ESCO 방식이 도입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만으로도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 Pay as you go 모델 ‘Netafim’

Netafim이라는 기업은 농작물의 재배량에 기초해서 계약하는 방식으로 Pay as you go 를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과 관련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인간이 사용 가능한 물은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0.3% 중에서 70%가 농작물 재배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장을 공략한 기업이 Netafim이다. 이 회사는 부족한 물을 활용해서 곡물 수확량을 극대화하겠다는 미션을 갖고 관련 기술들을 개발해왔다. Netafim은 농작물의 뿌리에만 수분을 공급하는 형태인 Drip Irrigation이라는 방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적은 양의 비료를 사용토록 하며 더 효율적으로 농작물 재배를 가능케 해주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 이러한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으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즉, Netafim은 성능이 뛰어난 관개 장비 및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었으나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확신이나 거대한 초기 비용 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기회로 작용했다.

Netafim은 농작물의 재배량에 기초해서 계약하는 방식으로 (면적당 농작물 재배량에 따라 시스템 구축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구축 효과가 확실해야만 활용 가능한 방법) 비즈니스 모델 을 전환하면서 1996년 매출 미화 1억 8 천만달러에서 2008년 6억 달러를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으며, 2011년에는 미화 8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 재배 농가의 기술에 대한 불확신과 투자비용을 꺼리게 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 소비자 요구 빠르고 저렴하게

델 컴퓨터는 Build to order 방식을 컴퓨터제조업에 도입하면서 기성복처럼 만들어져 시장에 판매되고 있던 컴퓨터 제품들의 시장 판매 방식 및 대응 사이클을 획기적으로 바꾸면서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사례이다.

델 컴퓨터는 마이클 델이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 기숙사에서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컴퓨터 제조업체이다. 델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Build to order 방식을 도입하면서 재고를 줄이고 고객커스터마이징 역량을 극대화해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에도 리스크는 분명 존재했다. Build to order는 고객이 사양을 선택한 뒤 주문을 완료하면 델은 이를 조립해서 완성된 제품을 인도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델은 시간과 싸워야 했으며 이는 곧 충분한 부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제약 사항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품 재고 비용은 약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델 컴퓨터는 일부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빠른 고객 대응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했으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델 컴퓨터의성공 신화를 창조하게 되는 원동력이 됐다.

◇ 관행 과감하게 깬 ‘Zara’

스페인 Inditex의 Zara 패션 브랜드는 과거 패션업계에서 1년 이상 걸리던 신제품 출시 사이클을 4주로 단축시킨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이다. 통상적으로 패션 업계에서는 미리 내년에 유행할 것 같은 디자인을 패션쇼 등을 통해 세상에 공개하고 차기 년도 의류 라인업을 출시해 왔다.

이것은 하나의 업계 관행이었고 해가 지나면서 소비되지 못한 의류 제품들은 2차, 3차 할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이러다 보니 초기 의류 상품에 미판매 제품의 처리 비용 까지 첨가되면서 의류 제품은 으레 원가대비 높은 소비자가격을 달고 시장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Zara의 경우 업계의 관행을 과감하게 깨고 저비용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지향하는 패스트 패션을 선보였다. Zara의 가장 큰 강점은 시장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이를 의류제품 제작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매장에 있는 POS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옷이 어떠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Zara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국 매장에서 들어온 고객 정보와 시장 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2주 만에 패션을 재창조해 내면서 2주 후에는 매장에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인다. 시장 조사, 디자인, 생산, 운송, 매장 진열 등의 기본적인 과정은 타 의류 업체들과 동일하지만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Zara는 고객 니즈 조사 과정이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기존의 시장 조사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는 매우 혁신적이다. Zara는 모든 제품을 소량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업체들은 히트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생산하려고 한다. 반면, Zara는 모든 의류 제품들의 소량 생산 원칙을 통해 재고를 줄이고 세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 하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소량 생산 원칙은 디자인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하나의 위기관리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량 판매와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은 결과적으로 한번 매장에 발을 들인 고객들이 지갑을 내일이 아닌 오늘 열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매장 방문 인구를 구매 고객으로 탈바꿈 시키는 Zara만의 독특한 전략인 동시에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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