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사상 첫 집단 손배소…금융사 경영진 퇴진 도미노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전대미문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카드사들이 유출 사실을 통보해야 할 대상만 무려 824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자들은 처음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고, 금융사 경영진의 퇴진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개인정보유출 피해자 K 모 씨 등 130명은 “정보유출에 따른 정신적인 피해를 배상하라”며 KB국민카드·롯데카드·농협협동조합중앙회 등 3개 카드사를 상대로 1개사당 1인 60만원씩 모두 1억10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각 카드사들은 보안시스템 구축 업무를 위임한 신용정보업체(KCB) 직원들에게 회사 내부에 출입하게 했고, 고객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고객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정보유출은 지난해 중반부터 후반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카드사들은 검찰 수사가 끝난 지난 1월 중순에서야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 등을 밝혔다”며 “이 때문에 고객들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최소한 비밀번호 등을 변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를 이용하면 누구라도 사기 행위가 가능한데도 카드사는 정보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마하려고 할 뿐 대비책을 정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비밀번호 변경이나 카드재발급 등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유출 정보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금융사기 피해에 대해 불안에 떨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신용진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의 법원 판결과는 다른 결과를 자신했다.

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해킹으로 정보유출이 발생한 종전과 달리 각 카드사의 업무 의뢰를 받은 직원들이 고의적으로 정보를 빼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날로 악화되자 KB금융, NH농협카드 등 금융사 경영진의 퇴진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한 KB금융의 주요 임원들은 이날 임영록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KB금융지주에서는 부사장, 전무, 상무 등 모든 집행 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은행은 이건호 행장을 비롯한 부행장 급 이상의 모든 임원, 국민카드는 심재오 사장을 포함한 상무 이상의 모든 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회사들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이들의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에서는 이번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카드사 중 최대 규모의 정보(총 4320만건)가 새어나갔다. 이 정보에는 1000만 건 이상의 은행 고객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자 금융지주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관련 임원 모두가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며 “고객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정보가 유출된 농협카드의 경영진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NH농협은행의 손경익 카드부문 사장은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 사퇴 의사를 표시하자 김주하 행장도 이를 수용했다.

손 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고객정보 유출 이후 운영하던 비상대책위원회의 지휘봉은 김 행장이 맡게 됐다. 비대위는 이번 정보 유출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하고, 앞으로 재발방지 및 정보보안 강화를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농협은행은 후임 농협카드 사장으로 이번 사태의 조기 수습과 고객신뢰 회복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아 선임할 계획이다.

롯데카드 임원진도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상훈 사장을 비롯한 롯데카드 임원 9명은 이날 오후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KB국민카드·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이 최근 정보 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관한 자료를 정리한 결과 유출 사실을 통보해야 할 대상은 총 8245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는 KB국민카드가 432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카드는 2165만 명, 롯데카드가 1760만 명 등으로 조사됐다.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외주 직원이 소속된 개인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김상득 대표이사를 비롯한 6명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해 카드사 사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신 위원장은 고객정보 유출 파문과 관련, “내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며 최악의 경우 사퇴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정보유출에 책임이 있는 카드사의 임원진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대해서도 “지켜보자”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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