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순직 故 이 모 상병 아버지, 아들 모교 건국대에 장학금 기부

[검경일보 양수안 기자] “자랑스러웠던 아들은 가슴에 묻었지만 못 다 이룬 꿈은 묻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7대 독자. 해병대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가슴은 새카맣게 멍이 들었다. 그 아픔을 딛고 각계에서 보내온 위로금을 고교생과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 아버지의 정성은 아들과 같은 또래 학생의 공학도의 꿈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건국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 해병대 연평부대에 입대해 군 복무를 하다 지난달 24일 자주포 훈련과정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고 이 모(21. 13학번) 상병의 아버지(53)가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행정관을 찾아 송희영 총장에게 기계공학과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장례 위로금으로 모인 2,000만원 전액을 아들의 모교인 건국대와 경기 구리고교에 장학금으로, 아들이 근무했던 해병대 부대 위문금으로 기부했다.

이 씨는 “늘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건국대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정말 자랑스러워했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다고 자랑을 많이 했었다”며 “아들의 친구들 가운데 가정형편 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순수한 마음만 대학 동기들에게 전해지고, 정성만 기억해 준다면 하늘에 있는 아들도 좋아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희영 총장은 “귀한 자식을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겠지만, 귀한 정성과 마음을 겸허히 받들어 이 군의 정신을 이어받은 학우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이 군이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일을 이루고 국가사회에 기여하도록 키우겠다”고 위로했다.

경기도 남양주가 고향인 이 상병(1계급 추서)은 지난해 초 입대했으며 지난달 24일 최전방 지역인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K-9 자주포 훈련을 하던 중 자주포 차량 내부에서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오다 움직이는 포탑에 왼쪽 가슴이 압박돼 순직했다.

해병대 출신인 이 씨는 아버지를 따라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고 조국을 지키다 명예롭게 순직한 아들이 지금은 곁에 없지만 더 많은 친구들을 아들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근무했던 해병대 부대 위문금을 전달하면서도 “아들을 기리는 데 절대로 사용하지 말고 열심히 군 생활을 하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부대원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아버지는 특히 고인이 지니고 있던 부대장 포상휴가증을 챙겨와 부대장에게 전달하면서 아들 대신 동료 부대원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했다.

건국대 이성수 공과대학장은 “이 군은 평소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등 모범적인 대학생활을 했다”며 “가족들은 장학금 기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귀한 정성을 잘 받들기 위해 학생들에게도 알리고 기계공학과 교수회의를 통해 장학금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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