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며 아이들의 밥상 빼앗아 놓고 평일 호화 골프라니

▲ 검경일보 조성수 취재본부장.

[검경일보 조성수 취재본부장]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이슈화가 제대로 약발을 받고 있다. 일단 국민들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덤으로 홍 지사는 국민적 지지도 챙겼다.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홍 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다.

사실 무상급식 논란만 들여다본다면 어느 한쪽이 잘하고 또 다른 한쪽은 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급식도 교육’이라는 논리와 무상급식에 들어갈 돈으로 다른 교육지원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로 인해 요즘 정치권은 다시 2010년 6·4 지방선거 당시의 이슈로 빠져들게 됐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싸움이다. 당시 무상급식 공약을 둘러싼 복지 논쟁은 보수와 진보 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전개됐다. 정치적 정쟁이 아닌, 비전과 가치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홍지사의 돌발행동들이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사실상 개인용무에 가까운 방송사 출연을 위해 비즈니스석을 탄데 이어 출장 중 골프사건까지 터지면서 홍 지사에 대한 논란이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공교롭게도 불과 몇 시간 전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 격론을 벌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같은 서울행 항공기에 올랐다. 하지만 홍 지사가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데 반해 문 대표는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이는 불과 몇 시간 전 재정 부족을 무상급식의 중단 이유로 든 탓에 ‘비즈니스석’ 이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더구나 홍 지사의 비즈니스석 이용이 개인적인 정치행위에 가까운 방송 출연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홍준표 비즈니스석 이용이 개인적 정치행위를 위해 이뤄졌으니 비행기 요금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여기다가 홍 지사의 비즈니스석 이용 논란은 이를 잠재우려 시도했던 경남도 측의 해명으로 오히려 확대된 측면이 있다. 경남도가 홍준표 비즈니스석 이용에 대해 “늘 그런 건 아니지만 피곤하다며 비즈니스석 예매를 요청할 때가 있다”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그러던 중 홍 지사가 미국 출장 중 평일 오후에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20일 미국 출장 중 재미교포인 경남도 해외통상자문관과 그의 동서, 그리고 자신의 부인과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도지사 비서실은 23일 “홍 지사가 ‘이번 일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와 유감’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도 “사실상 주말과 같은 금요일 오후의 비공식 일정이었고 공무원 복무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았는데 사실을 매도하는 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6조는 ‘출장 공무원은 사적인 일을 위해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9조에는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출장 중이어도 평일 오후 6시 이전의 사적인 골프는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최근 근무 시간 중 도박 등 사적인 일을 한 직원에게 중징계 처분을 예고했다. 그런데도 사과 아닌 유감 운운하며 공무원 복무규정도 멋대로 끌어대는 것이야말로 유감이다.

야권의 논리가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돈이 없다며 아이들의 밥상을 빼앗아 놓고 평일 호화 골프를 즐겼다”는 그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공격이지만, 그보다는 홍 지사의 이중행보가 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서 ‘골프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 지사가 이번엔 골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과거 정치인 시절에 다른 정치인들의 골프에 대해서 상당히 엄하게 질책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메랑이 돼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현재의 홍 지사가 딱 그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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