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서 미국 중 골프사건까지 洪 지사 돌발행동 추적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이슈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일단 국민들 이목을 자신에게로 가져가는데 성공했고, 여기다 덤으로 국민적 지지도 챙겼다.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홍 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홍지사의 돌발행동들이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사실상 개인용무에 가까운 방송사 출연을 위해 비즈니스석을 탄데 이어 출장 중 골프사건까지 터지면서 홍 지사에 대한 논란이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검경일보가 무상급식 중단 논란에서 미국 골프 파동까지 일련의 행보를 집중취재 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월 21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안상수 창원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 각 직능단체대표, 시민 등 2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 도-시정 현안보고’를 청취하고,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지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상급식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무상급식을 계속 진행할) 해법이 남아있는지, 아직도 구제할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왔다”며 “해법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보겠지만 해법이 없다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홍 지사는 “도의회에서 이미 지난해 12월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자녀의 교육비로 사용키로 확정됐다”며 “집행부(경남도)는 도의회가 정해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히며 사실상 협상을 거부했다.

거듭된 설득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문 대표는 홍 지사의 면전에 “도의회 뒤에 숨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홍 지사는 “대안을 가져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맞서면서 회동은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그렇게 회동은 실패로 끝났다. 사실 무상급식 논란만 들여다본다면 어느 한쪽이 잘하고 또 다른 한쪽은 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급식도 교육’이라는 논리와 무상급식에 들어갈 돈으로 다른 교육지원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로 인해 요즘 정치권은 다시 2010년 6·4 지방선거 당시의 이슈로 빠져들게 됐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싸움이다. 당시 무상급식 공약을 둘러싼 복지 논쟁은 보수와 진보 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전개됐다. 정치적 정쟁이 아닌, 비전과 가치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홍 지사의 돌발행동들이다.

불과 몇 시간 전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 격론을 벌였던 두 사람은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다시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문 대표는 이코노미석, 홍 지사는 비즈니스석을 예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6시에 예정된 한·몽 수교 25주년 사진전 행사 참석을 위해, 홍 지사는 오후 9시 30분 시사프로 생방송 출연을 위해 김포로 향하는 5시 30분 비행기에 탔던 것이다.

비즈니스석은 비행기 앞쪽에, 이코노미석은 그 뒤쪽에 있기 때문에 문 대표가 자리에 앉으려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던 홍 지사 곁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표는 홍 지사에게 “또 뵙게 됐다”고 인사를 건넸고, 홍 지사는 “이제 올라가시느냐”고 답했다.

앞서 가진 회동에서 홍 지사는 재정 부족을 무상급식의 중단 이유로 든 탓에 비즈니스석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기는커녕 오리려 확대 재생산됐고, 결국,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무상급식 중단’ 홍 지사의 비즈니스석 이용 소식은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은 장본인’이라는 비난과 맞물리면서 한층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홍 지사의 비즈니스석 이용이 개인적인 정치행위에 가까운 방송 출연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홍준표 비즈니스석 이용이 개인적 정치행위를 위해 이뤄졌으니 비행기 요금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홍 지사의 비즈니스석 이용 논란은 이를 잠재우려 시도했던 경남도 측의 해명으로 오히려 확대된 측면이 있다. 경남도가 홍준표 비즈니스석 이용에 대해 “늘 그런 건 아니지만 피곤하다며 비즈니스석 예매를 요청할 때가 있다”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그러던 중 홍 지사가 미국 출장 중 평일 오후에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홍 지사는 미국 출장 중 금요일인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어바인시에 있는 오크 크릭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골프 라운딩에는 부인과 경남도 해외 통상 자문관인 한인 사업가 주 모(58) 씨, 주 씨의 동서 등 3명이 동반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남부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이 이날 홍 지사가 오크 크릭 골프장(oak creek golf club)에서 부인 등 일행과 함께 골프를 마치고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며 일부 언론에 제보하면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홍 지사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야권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감사원 감사까지 촉구하면서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감사원은 이 사실(홍 지사의 미국 골프)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고, 공무원복무규정 저촉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주 최고위원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언급하면서 “온 국민이 공인한 무상급식을 ‘선(先) 가난증명, 후(後) 눈칫밥 급식’으로 바꾼 ‘홍키호테전’을 민심이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은 좋은 비행기를 타고 부인과 해외 호화골프를 즐기는 것은 정말 부적절한 처세”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홍 지사는 (골프를 친 시간이) 사실상 주말이라고 해명했는데 이는 공무원복무규정 위반이 분명해 보인다. 경남도청 직원은 금요일 오후 2시면 사실상 퇴근해도 되는 것이냐”며 “이 부분에 대해 감사원에서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당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과도 요구했다.

야당의 맹폭에 새누리당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남도당위원장인 강기윤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정이 끝나고 쳤다 해도 시기와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민감한 시점에 오해 여지가 있는 건 피해가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다.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홍 지사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출장 중 금요일 오후에 골프를 했다는 것은 사려 깊지 못했던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소 같으면 비난은 받겠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무상급식과 관련지어 비난하다 보니 일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반대 진영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좀 더 사려 깊게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접대와 관련해서는 “그때 골프를 친 집사람 외 두 사람은 경남도의 농·수산물 수출을 도와주는 분들로 제가 접대를 해야 할 입장에 있어 제가 그 비용 400달러를 사비로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부부 동반과 관련해 그는 “정치를 시작하고 난 뒤 해외 장거리 단독 출장 시에는 대부분 사비를 들여 집사람과 같이 간다”며 “함께 나가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과 진배없이 마음에 안정을 갖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며, 일의 능률도 더 오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비로 가기 때문에 시비에 걸릴 일도 없고, 외국의 경우 부부 동반 출장이 원칙인데 우리나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그 반대”라며 “과거와 달리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지금 이 부분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홍 지사는 “(함께 골프 친) 이들의 도움으로 미국 폭스사와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경남 농·수산물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수출도 무려 20배나 늘었다”며 “무보수 명예직인 경남도의 통상자문관으로 자원 봉사해주는 이들은 참 고마운 분들이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해명에도 한번 불붙기 시작한 비난여론은 거침없이 확산됐고, 결국 그의 대권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홍 지사는 3월 31일 전북도를 방문해 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었다.

홍 지사의 전북 방문은 ‘전북-경남 상생우호교류 협약체결’을 위한 것으로 관광과 SOC 등 4개 분야에 대해 협약(MOU)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과 비즈니스석 탑승·해외 골프 등으로 논란이 일자 전북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홍 지사의 방문을 반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홍 지사의 전북 방문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금이라도 홍 지사의 강연과 방문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면서 “홍 지사는 지금이라도 경남의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북학부모회도 성명을 내고 “경남발 나쁜 바이러스가 전북으로 전파될까 우려스럽다”면서 “홍 지사의 전북방문 및 도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전북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진주의료원을 다시 개원하고, 무상급식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한 후에 와야 한다”면서 “예정대로 전북을 방문한다면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도민의 마음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별렀다.

앞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정의당 전북도당도 성명과 논평을 각각 내고 홍 지사의 전북방문을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전북도는 지역 분위기를 경남도에 전달했고, 결국 홍 지사의 전북 방문은 전격 취소되고 말았다. 최근 무상급식 중단과 해외 골프 등의 논란이 빚어지면서 지역여론이 좋지 않게 작용한 탓이다.

한때 정치권에서 ‘골프 저격수’로 날렸던 홍 지사가 이번엔 골프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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