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진단] 주요국 우주산업 경쟁력 현황과 시사점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최근 우주산업이 군사·안보 영역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선진국 정부의 지속적 투자와 글로벌 기업들 주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05년 888억 달러에서 연평균 10.3%씩 성장해 2013년 1,952억 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 우주산업 시장은 2013년 기준 약 2조원 규모로 세계 시장에서 약 1.0%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시장 구조도 위성활용 서비스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우주기기 제작 분야의 성장은 지체돼 있다. 또한 국내 기업체의 우주산업 매출액 규모는 보잉,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우주기업들에 비해 매우 영세하다. 전반적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산업 성장 초기 단계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검경일보가 현대경제연구원의 ‘VIP REPORT’를 토대로 한국 우주산업 경쟁력을 주요국과 비교해 점검하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봤다.

▲ 우주과학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이 SOS에 투영된 지구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한국 우주산업 경쟁력을 투입(정부 예산, 기업 R&D 투자, 인적자원 규모), 중간 활동(논문 점유율, 특허 점유율, 기술 격차), 성과(수출시장 점유율, 운용 중인 위성 수) 측면에서 주요국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 우주산업은 정부 주도로 육성되고 있으나,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가 저조하다. 정부의 우주기술 연구개발비는 2009년 이후 정체 상태이다. 반면 우주기술을 제외한 다른 주요 기술들에 대한 국가 연구개발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2013년 3억 2,000만 달러(GDP 대비 0.023%)로 주요국 중에서 11위이다.

한국 우주기업들의 투자는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고 규모도 작다. 2013년 총투자(설비투자+연구개발투자) 규모는 95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2.6% 감소하는 등 2007년 이후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하지 않고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주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인 연구개발투자는 정부 연구개발비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우주기업의 연구개발투자 규모는 1억 8,500만 달러(2012년 기준)로 주요국 중에서 10위이고 GDP 대비 0.01% 수준이다.

우주산업 인력은 2008년 이후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2012년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우주산업 선진국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예컨대, 한국의 우주개발 전담기구(KARI) 인력은 720명으로 미국의 NASA(18,170명)나 EU의 ESA(2,260명)과 비교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주산업과 관련된 논문 발표 실적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서 미흡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인이 발표한 우주과학(기초 분야) 분야 논문(SCI 기준)은 357편(2013년 기준)으로 한국인이 발표한 전체 논문(SCI 기준)의 0.7%, 항공우주(공학) 분야 논문은 111편으로 0.2%에 불과하다. 한편, 세계 우주기술 논문 실적 대비 한국의 우주기술 관련 논문 실적 비중은 2.5%로 주요국 중 14위 수준이다.

한국의 우주기술 특허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우주기술 현시기술우위지수(RTA)는 0.77이다. 이는 한국 우주기술의 對 세계 특허 점유율이 전체 기술의 평균적인 對 세계 특허 점유율에 비해서 낮음을 의미한다.

주요 기술들 중에서 항공우주 분야 기술력은 가장 낮은 편이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또한 가장 크다. 항공우주 분야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미국) 대비 68.8% 수준으로 국가가 지정한 전략 기술들 중에서 가장 낮다. 미국 대비 기술 격차는 9.3년으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크다. 더욱이 전반적인 기술 격차는 점차 축소되고 있으나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우주산업 수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수출액은 2008년 145억원에서 2013년 1,435억원(신규 조사 기업 제외)으로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0.6%로 세계 14위에 머문다.

한국은 현재 운용 중인 전 세계 1,265개의 위성 중에서 단지 8개의 위성만을 소유·운용(세계 18위)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은 선진국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한국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후, 지속적으로 위성체를 개발하고 발사해왔다. 하지만 로켓엔진 등과 관련된 핵심 기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위성 발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지만, 우주산업 분야에서는 경쟁 열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경쟁력이 높은 미국과 비교할 때, 중간 활동 부문에 비해서 투입과 성과 부문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주산업 경쟁력 강화 및 자립 기반 마련을 통한 신성장동력 산업화를 위해서는 첫째,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정부는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하고, 점차적으로 민간 주도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우주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예산 확충 등을 통해 국내 산업구조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금융 및 세제지원 등 우주산업 투자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기술 경쟁력 확보, 수출시장 확대 등을 위한 국제 협력도 중요하다. 선진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신흥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좁은 국내 우주산업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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