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융위 등 비상회의 잇달아 열어 대응책 마련 분주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정부는 휴일인 25~26일에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유지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부처별로 비상회의를 잇달아 열어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을 집중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에 참석했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귀국 직후인 26일 오후 6시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외국계 투자은행 한국대표 및 연구기관 원장 등 시장전문가들이 참석, 브렉시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이번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시장불안은 과거의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며 앞으로의 상황전개는 더욱 예측이 어렵다”며 “브렉시트 투표일정이 오래전에 예고돼 각국 정부도 대응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나 이로 인해 미 연준이나 ECB, 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찬반 국민투표)와 관련, 기재부 간부들과 대응상황점검회의를 개최, 정부내 대응 계획 및 준비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이어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시와는 달리 최고수준의 대외건전성과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이번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세계경제 여건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했고 향후 상황 전개의 불확실성도 크며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신속한 모니터링 및 적기 대응체계 구축과 함께 대외리스크에 대비한 우리경제의 충분한 대응능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며 “국내외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은 물론 G20, 한·중·일, 국제금융기구 등 다양한 채널과의 국제공조도 한층 더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의 EU 탈퇴와 그 파급효과는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문제임을 감안, 영국 및 EU 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을 갖고 주의깊게 바라보면서 근본적 대응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투표결과로 인해 국내 외환·금융시장도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영국에 대한 낮은 교역의존도 등을 볼 때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해외투자자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경제는 그동안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체질과 대외건전성을 강화해왔던 만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차별화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토요일인 25일 오전 10시 기재부 이찬우 차관보 주재로 브렉시트 관련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개최했다. 합동 점검반 회의는 관계기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확대한 것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직후인 지난 24일 범정부 합동점검반이 가동됐다.

회의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국 대응 현황 등을 점검하고 기관별 상황 점검 및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한은, 금감원 등 회의에 참석한 기관들은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체계를 유지하면서 기관간 협력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합동점검반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매일 회의를 갖고 경제·금융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자본시장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외국인 자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장병화 부총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는 본부 및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베이징 등 국외사무소간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통해 각국의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 등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브렉시트 진행과정에서 나타날 제반 리스크 요인과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으로 월요일인 27일에는 시장 개장 전인 오전 8시 브렉시트 관련 제3차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BIS 총재회의에 참석 중인 이주열 총재는 당초 귀국일인 28일에서 일정을 하루 앞당겨 27일에 귀국할 예정이며, 귀국 즉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