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창당 선언 때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더니…

▲ 검경일보 조성수 취재본부장.

[검경일보 조성수 취재본부장]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에서 가장 치명적인 돈 문제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달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박선숙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당시 국민의당과 계약을 맺었던 홍보 업체 비컴과 세미콜론 대표 2명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가 전액 지원해준 국고를 허위 계약서 등을 써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총선 때 회계 처리를 실무 총괄한 왕 사무부총장을 구속했다.

왕 부총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국민의당이 인쇄업체 비컴과 광고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 하여금 ‘국민의당 홍보TF’에 2억여 원을 지급하게 지시했다는 것(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TF에 지급된 돈(리베이트 추정)을 선거 비용인 것처럼 허위 계약서 등을 작성, 선관위에 3억여 원을 보전 청구해 1억여 원을 받아냈다는 것(형법상 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이다.

원내 3당의 현직 사무부총장이 구속되면서,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검찰은 칼끝을 돌려 국민의당 핵심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은 이미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기소 여부만 남겨둔 상태다.

박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합류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면서 안 대표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최측근중의 최측근이다.

선거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당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28일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기소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이 끝난 뒤 “이번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주요 당직자가 구속돼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뼈아픈 책임을 통감하고 사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한 점의 관용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인데 당내 투표권과 당직 취임권 박탈 정도의 의미인 당원권 정지 같은 걸로 대충 무마해보려는 발상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발표한 ‘부패 척결 혁신안’에서 부패 관련자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12월 창당 선언 때는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얼마 전에도 같은 말을 반복해 강조해왔다.

그러나 며칠 전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부패·비리와 관련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간 안 대표가 표방해온 ‘새정치’가 이런 것이라면 기존의 ‘헌정치’와 다를 게 없다. ‘새정치’란 탈을 쓰고 국민들을 기만하지 않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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