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말하는 ‘가나다 캠페인’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대책들을 내놨다. 난임시술 지원 소득기준 폐지, 임신기 육아휴직 민간기업까지 확대, ‘아빠의 달’ 휴직급여 인상, 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문제의 극복은 인식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보건복지부가 결혼하고 아이 낳기 좋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현 세대들의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올 한해 복지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나다(가족문화개선! 나부터! 다함께) 캠페인’에 대해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에게 들어봤다. ‘가나다 캠페인’이 무엇인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다음은 이 실장과의 일문일답.

▲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 ‘가나다 캠페인’이란 무엇인가요?

‘가나다 캠페인’은 가족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정부의 저출산 극복 핵심 슬로건입니다. 가족문화개선! 나부터! 다함께!를 줄여서 ‘가나다 캠페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기존의 낡은 가족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문화를 확산시켜 청년들이 갖고 있는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결혼·출산에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입니다.

- 어떻게 해서 ‘가나다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올해부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시행 중입니다. 그간 출산율 회복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은 자녀의 소중함, 둘을 낳았을 때의 장점, 일가정 양립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돼 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원인으로 인해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도 미뤄지는 현 추세에서 직접적인 출산장려 캠페인을 지속하는 것은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기보다는 거부감만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출산력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성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청년고용문제나 비싼 집값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낡은 가족문화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죠.

과거와 다르게 여성들도 교육수준이 높고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욕구도 강합니다. 그런데 결혼하면 맞이하는 현실은 여성에 편중된 육아, 시부모와의 갈등, 결혼·출산·양육에 눈치 주는 회사인거죠. 결혼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정책적인 접근과 함께 우리사회의 가족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결혼부터, 출산, 육아,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낡은 가족문화를 새로운 가족문화로 바꾸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로 나아가자! 이런 문제의식에서 ‘가나다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가나다 캠페인’은 어떻게 전개되나요?

지난 6월 24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연대회의 전국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가나다 캠페인’ 비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복지부와 지역의 저출산 극복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복지부의 경우 결혼, 양육 등에 대한 TV 공익캠페인과 현장소통 프로그램, 모바일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지역에서는 지역의 기업, 종교계, 언론,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한 거리캠페인이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합니다.

- 가족문화 개선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정책들도 순조롭게 추진되어야할 것이고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우리사회의 가족문화가 바뀌게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좋은 분위기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출산율 회복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생활 속에서 ‘가나다 캠페인’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을까요?

기업과 기성세대에서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와는 달라요. 아내가 집에서 애를 보는데 남편이 왜 집을 일찍 가냐고 묻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도 조건 따지고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결혼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비교하고 눈치 주는 문화가 청년들의 결혼을 더 어렵게 합니다.

아빠들도 변해야 됩니다. 아빠들이 자랄 때 본 어머니의 역할과 아내가 보내는 하루가 다릅니다. 아빠는 돈 벌어오고 집에서 쉬는 존재가 아니에요. 아내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함께 아이를 기르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빠육아에 대한 정보들이 많아졌습니다. 저희 복지부도 아빠육아 모임 100인의 아빠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http://cafe.naver.com/motherplusall)에 가입하시면 얼마든지 아빠육아 관련 정보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육아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기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아이는 최고로 키우겠다는 마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들도 많이 찾아서 적용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 혹시라도 아프진 않을까 걱정하시곤 하는데요. 둘째 낳으면서 그런 마음을 많이 놓으신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요.

조금이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아이를 기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요즘 기사들을 보면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진정 행복할까? 부모님들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행복한 만큼 아이도 행복합니다.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육아를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 이 같은 캠페인 전개를 통해 어떤 것을 기대하나요?

우선은 새로운 가족문화가 확산돼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갖고 있는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결혼, 출산에 대한 기업의 문화가 바뀌고 저 같은 기성세대들도 변해야할 겁니다.

저희가 7월부터 결혼문화 개선 TV공익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에 대해 눈치주고 참견하는 문화를 바꾸자는 캠페인인데요.

청년들의 결혼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결혼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주변과의 비교 같은 문제들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육에 대해서도 아빠의 육아참여를 확산하려고 합니다. 이건 아빠들도 변해야하지만 기업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전처럼 습관적으로 야근하고, 일 마치면 회식하고 그래서 귀가가 늦어지는 문화가 바뀌어야 됩니다.

남성도 가사와 육아의 주체에요. 같이 일하는 만큼 같이 아이도 키워야 하는 거죠. 아빠육아를 확산해서 여성들이 남편이 도와주니까 하나 더 가져도 되겠다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보편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스웨덴, 프랑스 출산선진국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저출산 극복은 양성평등한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런 문화를 확산시켜 청년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 향후 ‘가나다 캠페인’의 계획과 목표는요?

’가나다 캠페인’을 통해 목표하는 것은 크게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결혼, 출산, 육아가 자유의지에 따른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저출산이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라 생각해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문화와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출산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려고 합니다. 올해는 결혼을 중심으로 홍보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아빠의 육아, 일·가정양립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2018년쯤에는 고비용 양육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에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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