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실수 있었다고 그간의 업적 모두를 부정해선 안 된다

▲ 검경일보 강영택 회장.

[검경일보 강영택 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연설문 게이트’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 씨가 놓고 간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미리 확인한 기록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정책이나 국정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관리 문제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인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직접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선 때와 취임 후 일정 기간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되기 이전인 ‘취임이후 일정기간’이라고 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공조직을 두고 외부의 사인(私人)을 통해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토로한 점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 씨 관련 의혹에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청와대는 비선실세 의혹이나 최 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강력히 반박해 왔는데 이를 뒤집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은 ‘비선실세를 통한 국정운영을 자인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검,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은 탄핵과 하야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 1위가 ‘탄핵’이고, 2위는 ‘박근혜 탄핵’”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도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시장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어이없고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부끄럽다.”며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국정조사나 특검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직접 해명만이 신속하게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만약 대통령이 이 모든 사정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조속히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도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 커뮤니티에는 오는 29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탄핵 요구 집회에 참석해달라는 호소문도 올라왔다. 해당 글에 첨부된 포스터에는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직접 개입 ▲세월호 침몰과 해명되지 않은 국정원 연결고리 ▲정윤회 국정개입 파동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백남기 농민 물대포 피격 사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제작 ▲최순실의 직적적인 국정 개입 등 탄핵 요구 사유가 발생 시기와 함께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최순실 연설문 게이트’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여권의 반발과 국민들의 분노는 어쩜 당연한 결과다. 그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너무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 국가원로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결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연설문 게이트’로 한순간에 역적이 되고 있지만 그간의 치적을 보면 눈부시다. 임기 3년 8개월 동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실현시켰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창업국가로 변모하고, 역동적 혁신경제로 탈바꿈했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투자의 지역 거점을 넘어섰고, 창업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환경도 만들었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의 성과도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제 구조가 튼튼해졌다. 공무원 연금개혁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 등 공공개혁이 본격적 궤도에 올랐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 복지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문화융성은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기획·제작·소비·재투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문화산업융합벨트는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조하고 있다. 짧은 임기동안 이뤄낸 성과로 보기엔 참으로 눈부신 업적이다.

모든 일에는 공과 과가 분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을 도와준 인연에 얽매여 일순간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간의 공을 한순간에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는 초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에는 그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때마침 지금까지 없었던 개헌의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5천만 명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내일을 만드는데 여야, 그리고 국민들이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