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몽 박현호 대표…신용불량자 일때도 큰 꿈을 잃지 않았다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20대에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소위 ‘대박’을 꿈꾸며 수차례 창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지난 6월,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성공창업의 해시태그 #Re-Startup 포럼’에서 자신의 실패 경험을 발표했던 크몽(kmong) 박현호(39) 대표. 그는 30대 초반까지 공식적으로는 3번, 비공식적으로는 10번의 창업 실패를 겪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창업을 시도했고 드디어 성공이라는 희망을 봤다. 박 대표는 “그때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고,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회사를 키워나간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 때는 통장도 만들지 못했던 신용불량자에서 이제는 어엿한 국내 B2B(기업 간 거래) 중개분야 1위 기업의 대표가 된 그를 만났다.

▲ 박현호 크몽 대표는 20대의 조급함으로 실패를 거듭한 끝에 계단을 오르는 마음가짐의 사업법을 배웠다.
누가 뭐라 해도 ‘꽃보다 창업’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박현호 대표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20살, 누군가는 캠퍼스의 낭만에 빠져있을 때 그는 줄곧 창업만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재미삼아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라밤바’를 창업한 게 시작이었다. 시장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5억 원이라는 엔젤투자를 받아 번듯한 물류센터도 마련했다.

2000년도에는 산업자원부(현 산업자원통상부)에서 주는 e-비즈니스 대상도 받았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이 급격하게 생기면서 가격 경쟁에 밀렸고 결국 2001년 말에 사업을 정리하고 말았다. 첫 번째 실패였다. 이후 몇 차례 실패가 이어졌지만 그의 창업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다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건 2005년이다.

당시 게임사 블리자드에서 ‘와우’라는 게임이 출시돼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더불어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겨났는데 그 규모가 상당했다.

‘국내가 이 정도면 해외시장은 엄청 나겠다’라는 생각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골드앤캐시’를 개설했다.

투자도 3억 원이나 받았고 처음으로 대출도 경험했다. 하지만 중국 사용자들의 사기 거래가 급증하면서 신뢰도가 추락했고 다시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나이도 20대 후반이었고 이러면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빨리 재기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 사무실에서 새 사업을 구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직거래 웹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를 벤치마킹한 ‘크몽닷컴’을 개설했습니다.”

역시 반응이 좋았다.

3~4개월 만에 일방문자 수가 만 명이 넘었다. 그러자 경쟁업체들이 유명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를 활용한다는 이유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했고 결국 사이트가 차단됐다.

나이 서른셋, 그에게는 신용불량자라는 타이틀과 1억 원의 빚만 남아 있었다.

“실패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막연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에 고향인 진주로 내려갔는데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결국 다시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여러 해외 사이트를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찾던 중 5달러에 재능을 사고파는 이스라엘의 파이버(Fiverr)라는 사이트를 발견했고 이를 벤치마킹해 모든 재능을 5000 원에 거래하는 크몽사이트를 개설했다.

무엇보다 재능을 사고파는 시스템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신의 재능을 사고 팝니다

초창기 크몽은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돼 모닝콜에서부터 연애상담, 고양이 산책 시켜주기, 욕 들어주기 등 재미있는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사용자들은 재밌는 재능보다는 필요에 의해 비즈니스 관련 재능을 거래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다.

“디자인에서부터 문서 작성, 번역 등 제가 생각하지 못한 비즈니스 분야로 뻗어나가면서 더 이상 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 크몽을 창업했습니다.”

사업 초기, 혼자 운영하다 보니 인력도 부족했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어느 날 그 부분에 대해 이용자에게 솔직히 고백했더니 의외로 공감을 얻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이용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크몽이야말로 재능 기부로 만들어진 셈이다.

창업 이후 박현호 대표는 처음 세웠던 5000원의 원칙을 깼다.

비즈니스 재능이 늘어나면서 좀 더 질 높은 재능 거래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재능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재능 거래가 이뤄지면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안심 거래를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재능을 파는 전문가들의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재능을 서비스 한 경우 전문가에게 경고가 주어지는데요. 3번의 경고를 받으면 영구 제명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뢰도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크몽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재능을 팔려고 하는 판매자는 크몽 웹사이트에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고 가격을 책정해 올리면 된다. 구매자는 크몽 웹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검색한 후 리뷰 등을 참고해 구매하면 된다.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뢰, 주문, 수익금 관리, 인출 등은 크몽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는 오직 재능 거래에만 집중할 수 있다.

현재 크몽 사이트에는 디자인부터 시작해 마케팅, 번역 및 통역, 문서작성, 컴퓨터 등 각 분야 전문가만 약 9만여 명에 이른다. 또 지금까지 재능 거래 건수만 약 27만 건에 이른다.

“크몽을 통해 억대 연봉을 받는 전문가가 생기기도 하고 또 창업을 하는 이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국내 3조 원을 육박하는 번역 시장을 비롯해 카달로그, 인쇄물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까지 진출할 예정입니다.”

‘don't be normal’. 앞으로도 회사 슬로건처럼 평범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란 박현호 대표. 그가 크몽을 통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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