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선 개발한 정병건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 주무관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이번 가을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울산광역시. 울산지역 최대 식수 공급원인 회야댐에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와 부유물들이 떠내려 왔다. 전 같았으면 몇 십명이 나서도 수 개월이 걸렸을 부유물 수거 작업에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25일 만에 2700톤을 수거했다. 10명이 두 달 동안 꼬박 일해야 치울 수 있는 쓰레기 양이 450톤이라면 얼마나 빨랐는지 비교가 될까? 이는 특수선박인 청소선을 개발한 정병건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 주무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댐으로 떠내려 온 쓰레기와 부유물들을 치우려면 일일이 손으로 건지고 걷어내고 해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인부들이 작은 배에 타고 직접 뜰채와 갈퀴로 이것들을 건져냈죠.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하면 수거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개발하게 됐습니다.” 청소선은 그렇게 탄생했다.

▲ 정병건 주무관이 청백봉사상 시상식에서 김성렬 행자부 차관과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자치부)
청소선에는 사각형의 선체 앞쪽에 큰 갈퀴 모양의 수거장치가 달려있다. 버튼을 누르면 갈퀴가 움직이며 물에 떠 있는 쓰레기를 들어올려 배에 싣는다. 폭이 깊지 않아 댐 가장자리 얕은 곳의 쓰레기와 부유물도 수거가 가능하다. 소규모 댐인 회야댐에 맞춤형 청소선인 셈이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모양의 청소선이 갖고 온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시간도 예산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매년 1100만원씩 예산이 절감됐지요. 2009년에 청소선이 만들어졌으니까 지난해까지 대략 8800만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회야댐 관리만 10년을 하다보니 정 주무관도 전문가가 다 됐다. 거기에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곧잘 들었던 정 주무관은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청소선을 만들었다.

회야댐을 관리하는 회야정수사업소는 이 청소선 두 대를 이용해 쓰레기와 부유물 등을 수거한다. 최근에는 청소선 제작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웃 지자체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정 주무관이 올해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청렴과 봉사로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직자에게 수여되는 청백봉사상의 올해 영광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저보다 더 훌륭하신 공직자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감히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선공후사(先公後私·사사로운 일보다 공익을 앞세운다)를 염두에 두고 지내다 보니 가족들에게는 미안했던 마음도 컸는데 이번 수상이 가족들에게 위로가 된 듯 합니다.”

겸손해하지만 정병건 주무관의 업무에 대한 애정은 비단 청소선에서만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울산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생태환경도시 울산’을 알리는 데도 정 주무관의 노력이 한 몫했다.

그의 아이디어로 회야정수사업소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여름철 회야댐 인근 생태습지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습지는 갈대나 연꽃, 부들 등이 조성돼 있어 회야댐으로 강물이 흘러 들어가기 전 자연스럽게 수질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 곳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연꽃이 습지 가득 핀 모습은 정말 장관이거든요. 그 풍경을 시민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생태습지를 탐방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수돗물 관리에 대한 신뢰와 환경의 소중함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병건 주무관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개방된 생태습지에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울산 시민을 비롯, 1만 6000여명의 탐방객이 다녀갔다. 물론, 정 주무관을 포함해 회야정수사업소 직원들은 매년 여름 휴가를 반납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청소선 개발도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울산 시민에게 공급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정 주무관은 2014년에는 상수원에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녹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녹조 제거·억제 장치도 개발했다. 이 장치로 2년간 36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지난해에는 상수원 내부의 물 순환을 유도해 조류 증식을 방지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이 역시 예산절감 아이디어로 채택돼 예산만 확보하면 실제 현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그가 회야댐을 지키는 한 울산 시민들의 수돗물 걱정은 접어둬도 좋을 듯 하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정 주무관은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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