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5년 피의자 1심 재판서 무죄 방면…검찰은 항소조차 포기

[검경일보 김현호·고정화 기자] 경기도 양주의 하늘안추모공원. 지난 2009년부터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특가법(사기)으로 기소돼 징역 5년의 구형을 선고받은 모 재단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검찰의 구형에 비춰 무죄판결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위기다. 그런데 검찰마저 항소를 포기했다. 내막을 캐보니 피의자 측 변호인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동문이다. 청탁재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경일보가 사건의 내막을 추적했다.

▲ 하늘안추모공원 전경.
하늘안추모공원의 시행사인 (주)엔파크는 2009년 5월 19일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출금 및 공사비 등으로 지출했으나 자금부족 등으로 인해 계획대로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납골당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사업명의자인 K공원묘원은 경상북도에 주소지를 둔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경기도에서의 납골당 사업은 허가가 불가능했다.

이에 (주)엔파크 노덕봉 대표 등은 기존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는 J공원의 A 이사장에게 J공원묘원 명의로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

J공원묘원 A 이사장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2012년 8월께 “과거 신안저축은행, 엔파크 등 관계자들이 합의한 내용에 동의한다. 납골당 명의를 이전해 주면 종전 채무를 인수하고, 계약 및 인허가 완료 후 이사장직에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A 이사장의 약속에 따라 (주)엔파크는 납골당 토지 3억 원, 건물 54억 8,000만원, 산지전용허가권 초지전용허가원 건축허가원등 권리 24억 2,000만 원 등 합계금액 82억 원을 J공원묘원이 매수하는 내용으로 형식적 약정을 체결했다.

또 2012년 9월께 J공원묘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고 그 무렵 위 산지전용허가권 초지전용허가권 건축허가권 등을 이전했다. (주)엔파크 명의로 된 봉안당 설치 허가권 역시 이전했다.

◇ 납골당 분양 시작되자 바지사장(?)이 주인행세 ‘돌변’

이렇게 모든 납골당 운영권은 J공원묘원 A이사장에게로 넘어갔다. 문제는 납골당이 완공된 후 한동안 부진하던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A 이사장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엔파크는 분양사업을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사이 거둔 분양대금 중 39억3천여만 원을 J공원묘원에 채무변제 용도로 전달하는 등 성실히 채무를 변제했다.

최초 시행사인 ㈜엔파크는 채무를 변제할 경우 모든 권한을 포기하고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한 사업약정서를 믿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다툼으로 번졌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30일 J공원묘원 A 이사장을 특가법(사기)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A 이사장이 사업약정서를 이행할 능력이나 의사도 없으면서 ㈜엔파크 자산인 납골당 관련 부동산 및 인허가권 등 합계 109억 원에 인계받아 이를 편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 1심 재판부 검찰 공소내용 전면 부인 무죄 선고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제24형사부 재판장 유남근)는 검찰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5월 20일 A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이사장은 납골당 관련 부동산 및 인·허가권을 취득할 당시 채무를 인수하겠다고 인수한 사실이 없고, ㈜엔파크와 맺은 사업약정서를 기망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의 공소내용에 비춰볼 때 다소 의외의 결과다. 앞서 검찰은 A 이사장에게 5년을 구형했다. 이렇게 적잖은 형량이 구형된데 에는 검찰이 공소내용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마저 돌변했다.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마저 포기한 것이다.

◇ 사법부 누가 주물렀나?…A이사장 측 변호사 우병우 동문

이에 대해 ㈜엔파크 측은 청탁재판 의혹을 제기했다. 사법부를 이렇게까지 주무를 수 있는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외부의 힘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의혹의 초점을 맞췄다. A이사장 측 J 모 변호사가 바로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동문으로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이 설득력을 얻는 건 사법부의 비상식적인 태도에서 기인된다. 그간 검찰은 A이사장에 대한 특가법(사기) 기소를 자신했다.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이라는 짧지 않은 구형이 이를 대신 입증한다.

그런 검찰의 자신감을 1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내용을 뒤집을만한 특별한 심리도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5년이 구형된 특가법(사기) 피의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결과다.

재판부의 판단만 놓고 보면 검찰은 부실수사를 했다. 애매한 사람을 무려 5년씩이나 영어의 몸이 되도록 억지수사를 한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했다. 부실수사를 검찰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청탁재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청탁재판 의혹에 대통령 올케 서향희 변호사도 거론

그리고 청탁재판 의혹에 거론되는 또 한사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다. 서 변호사는 우 전 수석과 동문이자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J 변호사와 함께 이번 사건에서 ‘바지사장’ 측에 섰다.

변호인단 규모만 놓고 보면 사건 자체가 뒤집어진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특히 서 변호사의 경우 과거 전력도 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던 이른바 ‘이금열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을 통해 사건을 청탁 받은 서 변호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현 검찰총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이 회장의 사건을 청탁받은 것은 맞지만, 검찰에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정·재계 로비사건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금열 리스트’는 사실상 검찰의 형식적인 수사에 덮여졌다.

특가법(사기)으로 철창 속에 있어야할 ‘바지사장’이 무죄 방면돼 1000억 원대 납골당 소유자로 뒤바뀐 것 역시 이들의 힘(?)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지역 언론, ‘1000억 원대 운영권 강탈’ 의혹 제기

이에 대해 한 지역 언론은 ‘1000억 원대 납골당 운영권 강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신안저축은행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증거도 내놨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신안저축은행이 납골당 사업에 투자한 120억 원의 부실 PF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재단법인 매입과 사업 시행권 양도·양수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안저축은행과 ㈜엔파크 측은 자산 총액 3억여 원의 도내 재단법인 J공원묘원을 6억4천여만 원에 매입하고, 신안저축은행은 J공원묘원에 또다시 100억 원의 대출을 승인해줬다.

㈜엔파크 측은 J공원묘원 측에 토지(3억 원), 건물(57억3천만 원), 봉안당 허가권(24억2천만 원) 등을 매각했고 매각대금으로 신안저축은행의 대출금을 갚았다.

신안저축은행은 부실대출 의혹이 제기된 ㈜엔파크 대출금을 J공원묘원 대출로 회수한 셈이다. 또 J공원묘원에 대한 대출금은 납골당 사업 등 경영 참여를 통해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자산 총액 3억여 원에 불과한 J공원묘원과 부실대출로 골머리를 앓던 신안저축은행이 1000억 원대 납골당 운영권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엔파크, “사업권 강탈당했다.” 억울함 호소

㈜엔파크 측 관계자는 “분양사업을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사이 거둔 분양대금 중 39억3천여만 원을 J공원묘원에 채무변제 용도로 전달하는 등 성실히 채무를 변제했지만, 오히려 사업권을 강탈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막강한 변호사 군단을 거느린 은행과 현 시행사가 납골당 사업을 강탈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며 “불법을 증명할 자료들이 무수히 많지만 고소나 소송 모두 통하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법부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구형 5년 이상을 받았는데도 무죄로 풀려났다.”면서, “사임서와 확인서를 통해 사업승인이 허가되면 사임하기로 한 것을 지금까지 사임하지 않고 있는 A 이사장의 행위는 기망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무죄로 풀어줬고, 검찰은 이를 보고도 항소조차 안 했다. 이게 정상적인 사법부의 태도냐?”며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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