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찬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사무관이 말하는 ‘둘이 하는 결혼’이란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결혼적령기의 청년세대들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고 있다. 오죽하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을 뜻하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인륜지대사의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를 결혼이 청년들에게는 부담과 압박, 또는 기피하는 인생의 과업이 됐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인식개선에 나섰다.

결혼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경제적인 압박을 덜고 당사자인 두 사람에 의한, 두 사람을 위한 결혼인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책·경제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식의 개선이 갖고 올 반향을 기대하며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경찬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사무관을 만났다. 그에게서 ‘둘이 하는 결혼’의 정확한 의미부터 인식개선을 위한 마음가짐까지 들어봤다.

▲ 김경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사무관.
- ‘둘이 하는 결혼’이란 무엇인가요?

신랑신부가 원하는 결혼을 간섭받지 않고 하자는 의미입니다. 복지부는 새로운 가족문화 조성을 위한 ‘가나다 캠페인’ 첫 번째 주제를 결혼문화 개선으로 정했는데요 신랑신부가 본인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결혼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존중과 응원을 해주자는 캠페인이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입니다.

- 어떤 배경으로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나요?

결혼을 방해하는 기존문화의 장애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행 이후 출산율은 완만한 회복추세이나 아직 초저출산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혼이 미뤄지면서 출산도 늦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부부의 양육부담 경감과 함께 청년고용·주거의 보장을 통한 결혼장려를 함께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접근과 함께 문화적 접근을 통한 결혼율 제고를 위해 가족·친구들의 참견, 과시적인 결혼, 혼수문화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의 주인공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신랑신부 바로 두 사람이라는 분위기 확산은 새로운 가족문화 조성의 시작입니다.

- 캠페인을 진행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인구의 혼인건수가 감소 추세인가요?

최근 3년 급격히 혼인건수가 줄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30만건 미만의 혼인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2006년 이후 전반적으로 32~33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만, 2014년 30만 5000 건, 2015년 30만 2000건을 기록했습니다.

1000명 단위 혼인건수를 계산하는 조혼인율도 6.4~6.5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 5.9건으로 떨어졌습니다. 언론에서도 인구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죠.

- 좀 더 구체적으로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은 어떻게 전개되나요?

캠페인은 광고와 모바일, 현장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7월 11일 인구의 날을 기점으로 10월까지 TV 광고, 극장광고, KTX 객차 모니터 광고 등을 진행했고 모바일에서는 네이버와 함께 해피빈 이벤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요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연결고리(연애와 결혼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이야기 콘서트도 개최했습니다. 연말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 극장광고를 진행 중이고요.

저희가 진행한 캠페인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지난 11월에는 한국PR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 진행한 캠페인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내년에는 보다 현장 중심의 캠페인을 진행하려 합니다.

- 최근에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 광고 영상이 화제입니다. 광고를 통해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나요?

광고의 핵심 컨셉은 ‘사이다’입니다. 실제 결혼당사자인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를 콕 집어 얘기해 ‘속이 시원하다’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보통 결혼장려 광고라 하면 ‘결혼하면 좋아요. 행복해서 죽겠어요.’ 이런 말들이 흔히 나오잖아요? 근데 정작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게 아니에요. 결혼의 장점은 다 알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그래서 일상적으로 결혼과정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결혼을 고민한다고 하면 온갖 참견을 다하잖아요. 상대는 어떠냐, 결혼은 당연히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된다, 번듯한 집은 있어야 되지 않냐, 심지어 결혼은 무조건 늦게 하라고도 하고요. 그런 말을 보면서 어 나도 저랬는데 하고 웃을 수 있게 하고 싶었고요.

거기에 대해 ‘누구를 위한 결혼일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신랑신부 두사람이 행복한 결혼문화를 만들자는 메시지로 연결했습니다.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에게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선택의 문제인데 이걸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강요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거죠. 하고 싶었던 일도 남이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잖아요?(웃음)

또 한가지 저희 광고의 특징인데요. 얼굴이 펑하면서 바껴요. 연인이 다정하게 결혼얘기를 하다가 상대얼굴이 펑! 하면서 참견하는 사람의 얼굴로 바뀝니다. 광고를 더 재밌게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만화에서 보는 것같은 표현법을 썼습니다. 공익광고 같지 않아서 좋다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 이 같은 캠페인 전개를 통해서 어떤 것을 기대하나요?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원하는 결혼식, 결혼생활을 하는 게 저희 목적입니다. 결혼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집도 있고 직장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해야된다. 결혼을 하면 부모님한테도 왠지 잘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하죠.

근데 뭐 결혼하면 생활이 바뀌긴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건 아닙니다. 결혼식하고 같이 살기 시작한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고 그런 것도 아니고요.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둘만의 가정을 갖게 되는 겁니다.

연애하면 같이 있고 싶고, 그러다보면 함께 살고 싶은 그게 자연스런 감정이잖아요. 그렇게 결혼을 했으면 합니다. 주위의 눈치나, 간섭, 결혼에는 맞는 시기가 있다느니 경제적 조건이 중요하다느니 그런 고려보다는 그저 사랑해서 함께하고 싶을 때 그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야 혼인율도 다시 높아지지 않을까요?

- ‘둘이 하는 결혼’의 실천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결혼식, 결혼생활, 결혼 그 자체도 시대변화에 따라 변합니다.

기성세대가 꿈꾸는 자녀의 결혼이 자녀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거죠. 청년들에게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결혼, 혹은 결혼을 위한 필요한 조건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희가 연결고리 이야기콘서트를 할 때도 하고 싶은 결혼이 있는지, 또 결혼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었었는데요.

하고 싶은 결혼은 있는데 하고 싶은 대로 못할 것 같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부모님의 체면이라든가, 그간 뿌린 축의금이라든가 하는 이유들요.

이야기콘서트 패널인 양재진 원장님이 주신 조언인데요. 청년들에게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 결혼은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아야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내 결혼은 내 돈으로 내가 하는데 부모님의 의사를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어지는 거죠. 조금만 용기를 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 앞으로 ‘둘이 하는 결혼’ 포함, 가나다 캠페인의 계획과 목표는요?

모든 국민의 결혼, 출산, 육아를 자유의지에 따른 행복한 선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저출산이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라 생각해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문화와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위기가 급박하다고 해서 결혼, 출산을 강제할 수는 없지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려고 합니다. 올해는 결혼을 중심으로 홍보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아빠의 육아, 기업의 일·가정양립문화 확산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2018년은 고비용 양육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에 있고요.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에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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