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다큐멘터리 3일’ 이완희 PD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충남 보령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 외연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이 섬마을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회에 곧 첫발을 내딛을 청년들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그들의 기름때 묻은 작업복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이 모든 이야기들은 바로 ‘다큐멘터리 3일’의 카메라가 비춘 대한민국의 일상이다. 지난 2007년 5월 봄, 무안장터를 시작으로 주어진 한 공간에서 늘 동일한 72시간을 보내며 일상들을 관찰해온 다큐멘터리 3일은 삶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 다큐멘터리 3일의 이완희 프로듀서.
◇ 다큐 3일,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는 72시간 기록

‘다큐멘터리 3일’을 연출한 이완희 프로듀서는 지난 6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비드라마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3일’은 국민들에게 소소한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면서 다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 3일을 연출한 이완희 프로듀서를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997년 첫 방송 이래 ‘다큐멘터리 3일’에는 수많은 스탭들이 거쳐 갔어요. 어떻게 보면 매주 우리 팀 스탭들은 전국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셈이죠. 이 상은 제 개인의 격려보다는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라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이 관찰한 72시간을 50분으로 압축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바쁜 일상에 파묻혀 주변을 놓치고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던지는 새롭고 따뜻한 시선이다.

노량진 고시촌,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만났던 청춘의 단면들. 창신동 봉제골목, 다순구미 마을에서 만났던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생사 등 희망을 잃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에 위로 받을 수 있었던 일상의 순간들이 ‘다큐멘터리 3일’을 통해 방송됐다.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3일간 밀착 촬영하면서 우리 사회를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정치, 경제를 뒤흔드는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바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이었죠. 삶의 현장에서 정직하게, 양심있게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모습을 비췄어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었고 그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원동력이 됐죠.”

다큐멘터리 3일이 만들어지기 까지 72시간 동안 카메라는 쉼없이 돌아간다. 고된 용접작업을 마친 뒤 땀을 쓸어내리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모습, 막대한 물동량과 불법화물의 위협 때문에 불철주야 뜬 눈으로 24시간 감시업무를 하며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 등 ‘다큐멘터리 3일’은 우리들이 사는 ‘있는 그대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다른 프로그램과 우리 프로그램의 차이점이라면 아무래도 ‘기다림의 차이’ 아닐까요.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계속 기다려요. 그 기다림 중에 포착되는 가장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죠. 먹고 살기 퍽퍽하지만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양심적으로 일하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KBS에 입사해 ‘KBS 스페셜’ ‘역사스페셜’ 등 주로 역사다큐를 연출한 이완희 프로듀서는 2015년부터 다큐멘터리 3일 연출을 맡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 프로듀서는 사람들을 통해 생생한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 항만세관인 부산본부세관을 찾아갔어요. 133년 역사의 부산항에서 불철주야 24시간 감시업무를 소화해내는 세관원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가감없이 담았죠. 4인 1조로 이루어진 감시정팀은 입출항 선박을 감시하고 지령이 떨어지면 신속히 출동해 의심선박에 올라 샅샅이 수색해요. 세관담당 직원들은 좁은 배 밑에서 멀미와 싸워가며 24시간 수색업무를 하죠.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값진 보람을 느껴요.”

굵직굵직한 유명인사가 출연하지도, 인기스타가 출연하는 방송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72시간 동안 여과없이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요인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 3일’은 사람 냄새가 나는 다큐라고들 말하죠. 현장에 나가서 ‘다큐3일’에서 왔다고 하면 모든 분들이 반겨주세요. 또 방송이 나간 뒤에 고맙다고 연락오는 분들도 많고요. 사람들을 대할 때 긍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그런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 “위로와 희망 전하는 콘텐츠 만들어 나갈 것”

1989년에 KBS에 입사해 꼬박 스물 일곱해가 지났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직접 발로 뛰며 다이나믹한 현장의 순간을 카메라 앵글을 통해 포착했다. 그렇게 무수하게 현장을 찾고 취재하며 조사한 끝에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라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죠.”

2017년 1월 1일 신년특집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요즘, 눈앞에 펼쳐지게 될 새로운 미래를 밤낮없이 연구실에서 준비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큐멘터리 3일’을 아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내년 5월이면 500회를 맞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갔죠. 철학자만 철학을 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삶의 현장에서 양심적으로 일하는 저들이 바로 삶의 진리이며 우리 사회의 희망이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을 알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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