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2017년이 시작되었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상당 기간 애매한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국내 정치도 그렇지만 세계 안보 및 경제상황도 복잡하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애매하며, 중국 경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제일 목표로 하여 국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과정에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에게 압력을 넣기도 하고 유인책을 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서슴치 않고 있다.

동시에 PPT 등 메가FTA를 폐기하고 주로 개별 국가와의 1:1 방식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신중상주의적인 정책을 펼칠 것 같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서 경제와 안보 면에서 유리한 딜을 얻어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과정에 미중 간에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은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이제 9년째에 접어 들었는데,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만이 뚜렷한 경기회복 기미를 보이고, 실업률이 5% 미만으로 낮아지면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EU와 일본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이다.

신흥시장 중에는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자원수출국 경제는 계속 어렵고, 인도 경제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중국경제는 기업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으며, 외환 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침체와 다른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2012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세계 교역량은 2017년에도 크게 좋아지지 못할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수준으로 회복된 점이나, 가장 큰 자원수입국인 중국의 에너지와 천연자원 수요는 여전히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수출을 통해서 경기 회복을 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 이제는 인위적인 원화 가치 하락을 통해서 수출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17년 한국경제는 2016년과 비슷한 2% 중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물가는 1% 대 중반으로 상승하여 디플레의 우려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계속 유지되면서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될 것이다.

이제 5년 연속 2% 대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한다.

활력을 되찾을 경제정책은 크게 보면 세 가지 수단 밖에 없다. 재정정책, 통화정책과 구조개혁이다. 우선 재정정책은 일시적인 경기하락의 충격을 완화하는 처방에 불과하고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금융통화정책에서도 현재 선택의 폭이 넓지 않는데, 한편으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로 인해서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하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경제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정책은 구조조정과 경제혁신이다.

지금부터 앞으로 10~20년은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시기이다.

디지털 혁명을 바탕으로 물리적 및 바이오 분야에서 융합적인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변화를 통해서 산업, 경제와 기업경영이 모두 근본적인 변화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기존의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함과 동시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자율주행과 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서 경제의 재도약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에 있는 자본과 인재가 대거 신산업으로 이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두 요소 시장이 대폭 유연화 되어야 한다.

우선 필요한 정책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겉으로 나타난 노동시장의 문제는 복층2중구조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2:1 정도의 상당히 큰 임금 격차를 보이고 있고, 그에 더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또한 1:0.65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하여 청년들이 당연히 대기업-정규직을 원하게 되나, 이런 괜찮은 일자리는 전체 가용한 일자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취업이 어렵고 나아가서는 청년들이 결혼도 미루며 아이도 갖지 않게 된다.

이런 복층2중구조를 완화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의 노조들이 변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는 이들 강성노조가 최대한의 임금과 혜택을 차지하면, 대기업은 이를 하청기업에 전가시키고, 하청회사는 이를 근로자들에게 전가시키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는 형국이다.

우선 대기업이 생산성보다 높은 급여를 하향 조정해야 하며, 나아가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사회복지와 급여 면에서 큰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신산업으로 자본과 인재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창업 쪽으로 갈 리스크자본이 커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M&A 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핀테크를 포함해서 기존의 금융회사 이외의 새로운 금융회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 또한 대기업이 스스로를 벤처를 위한 플랫폼으로 인식해서 열린 창업생태계를 리드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갖춘 젊은 경영인들이 많이 나와서 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는 지름길이다.

최근 여러 경제전망에서 한국경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이제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언급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내년부터 조금씩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2030년까지 약 8% 정도 감소할 것이다.

이 정도의 노동력 감소는 여성, 청년, 노년층 인력의 취업 증가로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더 진행되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리라는 점이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큰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저출산이 문제이기는 하나 이는 매우 장기적인 문제이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출산율을 높인다 해도 이들이 일하는 시기는 20년 후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경제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다분히 핑계이다.

한국경제가 정말로 어려운 이유는 필요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데 있으며, 이는 다시 일부 기업, 관료와 노조가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이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조선산업에서 보았듯이 지금 혁신과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인구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계속 미루면 결국 한국경제도 일본과 같은 30년 장기침체와 디플레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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