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통일부 주무관 탈북민 김근희…‘통일의 가교’ 역할

[검경일보 장수영 기자] 통일부는 구랍 8일 탈북민 3명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임용했다. 탈북민들이 본인의 경력과 적성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채용에는 3명 모집에 44명이 지원해 1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통일부 공무원으로 임용된 김근희 주무관은 본부 기획조정실에 발령을 받았다. 통일에 대한 남다른 갈망과 염원으로 통일부 공무원 채용에 응시해 합격한 통일부 김근희 주무관의 이야기를 서면을 통해 들었다.

▲ 통일부 김근희 주무관.
◇ “통일부 공무원 합격, 기적 같은 일 이뤄져”

“통일부는 탈북민들에게는 친정과 같은 부처죠. 남과 북을 다 경험한 제가 통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피나는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공무원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 그 놀라움과 벅찬 감정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었죠. 지금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뛰어요. 이곳에 와서 가장 큰 보람된 순간이었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생활고로 힘들던 중 탈북은 저희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이었죠. 언니가 탈북을 먼저 했고 어머니와 저는 2007년 고향 땅을 떠나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중국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식당 일을 하며 살아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죠. 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잡혀서 북송당하는 공포는 떨칠 수가 없었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중에 2010년 한국으로 입국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살게 됐어요. 제게 기적처럼 찾아온 희망이었죠.”

2010년 한국에서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하나원 교육을 수료하고 지방공기업에서 4년 4개월간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며 한국사회에 정착했다.

“지역하나센터교육을 받은 것이 본인이 희망한 거주지의 성공적인 정착에 정말 큰 도움이 됐던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지방공기업에 취업하게 됐고 4년 4개월동안 여러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무난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맡은 바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포부도 있었죠. 실력만 있으면 편견은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지방공기업에서 근무하게 된 김 주무관은 지역개발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토지 등 건물 소유자들과의 보상금 협상, 보상금 지급, 부동산 등기이전, 민원 상담 등의 업무를 맡았다. 부동산 관련 업무는 처음이다 보니 생소하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러나 초기 정착 때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탈북민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편견이었다.

◇ 탈북민 바라보는 편견·문화적 차이 해소 노력

“‘기분나빠 하지말고 들어요. 우리가 왜 탈북자들을 받아주는지 모르겠어요’ 혹은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 탈북자들을 받아주면 안되죠’ 등의 말들을 들을 때마다 자괴감에 빠져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탈북자라고 하면 먼저 거리감을 두고 색안경부터 꼈죠. 반면 ‘기운내라’며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분들도 많았어요. 따뜻하게 먼저 손 내밀어주는 분들 덕분에 다시 한 번 기운을 낼 수 있었죠.”

그런 그는 정착 초기에 커다란 문화장벽을 느끼며 혼돈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착 초기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격차도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남북한의 문화차이 등에서 오는 인식의 격차를 줄이려고 무던히 노력했죠.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생활을 했는데 지방 사투리가 익숙치 않은 점도 있었고요. 또래 친구들과 많은 대화도 하고 그들이 삶의 방식과 제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다른 점을 인식하고 문화적인 차이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살기 원했던 김 주무관. 그런 그에게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지 물었다.

“연말이면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져요. 고향 땅 한번 밟아보고 싶고 흙 한줌 만져보고 싶은 그리움이죠. 아마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있는 탈북민 3만명이 모두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싶네요. 홀로 정착하기 까지 쉽지 않지만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려고 노력했어요.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시선이나 편견을 의식한다면 정착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통일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김 주무관에게 다가오는 정유년 새해 소망을 들었다.

“제 소망은 항상 통일이죠. ‘통일’이라는 단어를 외칠 때 마다 마음 한 구석이 젖어들어요. 새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통일부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려요. 직장에 잘 적응해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 겠다는 다짐을 해요. 먼저온 통일의 희망으로 자긍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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