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옹윤례.

[검경일보 객원 필자 기고/ 소설가 옹윤례] 저수지 너머에서 누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양팔 사이에 긴 막대기를 끼고 천천히 힘들게 걸어오고 있었다.
누굴까? 나는 궁금했다.
야, 세게 굴려.
영희가 소리쳤다. 나는 몇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힘차게 그네를 굴렸다. 그네가 힘차게 비상했다. 소나무 가지도 신이 나는지 흔들거렸다.
가끔씩 솔방울이 머리에 떨어졌다. 비온듯 솔가지들도 주위에 소복소복 쌓여갔다.
이상한 사람이 오고 있어
내가 소리치자 영희와 명순이가 얼른 그네 줄을 잡았다.
그네는 휘청하더니 그 자리에 멈췄다.
내가 그네에서 내리자 영희가 그네를 세게 굴렸다.
순둥이 아빠다! 그런데 병신이 됐네.
영희가 그네에서 뛰어내렸다. 우리들은 신작로로 달려갔다.
얼굴이 새까만 순둥이 아버지가 양 어깨 죽지에 목발을 딛고 먼지 나는 신작로 길을 오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순둥이 아버지는 웃어보였다. 이쁜이 많이 컸구나.
순둥이 아버지는 가방에서 초콜릿과 껌을 꺼내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순둥이는 어디 있는지 아냐?
내가 멀리 산 너머에 있는 땅콩 밭을 가리켰다.
순둥이 아버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순둥이는 봄에 죽었어라우.
영희가 또박또박 말을 했다.
뭐라 구?
순둥이 아버지의 까만 얼굴빛이 검붉게 변했다.
순둥이 아버지는 목발을 딸그락거리며 재빨리 달렸다.
목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나는 틱, 틱 한 소리와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들은 키득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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