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옹윤례.

[검경일보 객원 필자 기고/ 소설가 옹윤례] 방학이 끝나자 영희와 명순이는 학교에 갔다. 나는 우물가에 서서 그들의 허리에 찬 책보를 바라보았다.
영희와 명순이가 사라진 신작로에서 먼지를 폴폴 날리며 트럭 한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운전수 옆에는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나는 먼지 나는 트럭을 뒤 따라 달렸다.
트럭은 우리 집 앞에서 멈췄다.
분님이 고모와 외할머니가 방에서 이불 보따리를 꺼내 차에 실었다.
외삼촌과 아버지는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 온 오동나무 장롱을 힘들게 꺼냈다.
나는 책보를 허리에 매고 부엌에서 그릇들을 옮겼다.
어머니는 아기를 포대기에 들쳐 업고 장독대를 닦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서 우리가 이사 가는 모습을 자랑할 수 없어서 속이 상했다. 트럭에 짐을 다 실은 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세간 살림들이 신작로 길을 달리느라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저수지를 지나고 고개를 지나 산모퉁이를 수도 없이 돌고나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어느새 신작로길이 끝나고 아스팔트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차가 멈추었다.
아스팔트 양쪽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정말 산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도 집도 없었다.
가끔씩 차가 지나다닐 뿐이었다.
주위에는 오직 들판에 벼들이 눈이 부시도록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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