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옹윤례.

[검경일보 객원 필자 기고/ 소설가 옹윤례] 불길이 바싹바싹 타오르자 화순네는 눈에 이상한 광채를 내며 불길을 주시했다.
󰡒신랑신부는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겄네. 이승에서 못다 한 일 새가 되어 하고 다니겄구먼.󰡓신랑 누나가 화순 네 옆에 바짝 붙었다.
󰡒그래요? 좋겄네. 새가 되야서. 근디 어떻게 안다 요?󰡓
󰡒이렇게 불로 꼬시를 때 연기 속에 그 형체가 보이 제. 방금 두 마리의 커다란 새가 파닥거리며 하늘로 올라간 것을 보았제.󰡓
나는 화순 네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 전 내가 연기 속에 뚫고 날으는 두 마리의 새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태워져 버렸다. 하얗게 타버린 재만큼이나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화순 네가 옆으로 오더니 내 어깨를 쓸어내렸다.
󰡒이제 걱정할 것 없어. 언니는 이제 출가외인 이니께 더 이상 친정식구들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요.
오늘 엄니 맘이 무척 상했을 거이니께 잘 보살펴 드리도록 혀.
언니위폐를 신랑위폐를 모셨던 암자로 옮겨 거기서 축원해주면 일은 다 끝나는 게여.
자, 다 준비되었으니 게, 어머니 모시고 차 타 드라고.󰡓
어머니는 연기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식이 죽으면 산에 묻지 않고 부모 가슴에 묻는다더니 언니는 정말 어머니의 가슴에 묻혀 어머니 가슴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봉고차 안에는 신랑 친척들이 앉아 있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차는 포장이 안된 우둘투둘한 신작로 길을 먼지를 날리며 달렸다.
어느새 산 그림자는 짙게 깔리어 어둑어둑해졌다.
조금씩 피어오르는 겨울 안개가 스멀거리며 기어 나와 산봉우리를 서서히 지우고 있었다. 갑자기 들판이 나타났다.
볏짚이 쌓여진 논둑에는 앙상한 갈대들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누더기 옷이 거의 벗겨진 채 빨간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허수아비가 홀로 들판을 지키고 있었다.
추수가 끝난 겨울 들판에서 저 허수아비는 무얼 지키고 있는 걸까? 아니 무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때였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허수아비 모자 위에 사뿐히 앉았다.
바람이 차창을 더듬고 지나갔다. 갈대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일어섰다.
그러자 갑자기 허수아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모자 위에 앉아 있던 새는 깜짝 놀랐는지 퍼드득 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수아비는 신이 나는지 더 빠르게 춤을 추었다. 겨울 들판에 홀로 서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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