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에 따라 들쭉날쭉한 판결과 전관예우 등 고질병 여전

▲ 송민수 사장.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반대 입장에 유감을 표명하고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이 엄중한 의미를 갖는 결의를 수용하지 않은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사법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추가조사 수용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 변화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의 기획과 의사결정,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추가 조사 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현안 조사 소위원회를 꾸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향해서는 조사권한을 위임해줄 것과,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관들이 사용한 컴퓨터를 보존하고 조사 방해자는 직무를 배제할 것도 요구했다.

앞서 진상조사위가 조사에 나섰으나 법원행정처장이 블랙리스트 관련 컴퓨터 조사를 거부하고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선에서 미봉하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다.

전국 법원에서 줄줄이 회의를 열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만큼 법원 내부에 쌓여온 적폐가 심각했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사법부 개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다. 사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국민들은 사법부를 존중하지도 또 신뢰하지도 않는다. 법의 잣대가 그때그때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 사법부는 재벌에만 유독 관대했다. 재벌 피고인은 재벌이 아닌 피고인보다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재벌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렸다.

2000∼2007년 동안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252명의 기업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인 중 25%만 실형을 선고 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벌 총수와 가족, 임원이 포함된 재벌 피고인이 1심이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은 재벌이 아닌 피고인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실형을 선고 받아도 재벌 피고인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복역기간이 평균 19개월 짧았다.

10대 재벌에 속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은 더 높아졌다. 10대 그룹 관련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11.1%포인트 높았다.

재벌 피고인이 판사 출신 등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형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법부에 재벌 편향성은 문제가 많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한국의 사법 신뢰도는 34개국 중 33위다. 법관에 따라 들쭉날쭉한 판결과 전관예우, 고압적 특권의식 등 고질병은 여전하다. 이런 썩은 사법부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