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민생(民生)을 살피겠습니다.” 수없이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어려운 의미도 아니다. 국민의 생활과 생계를 살펴 개선할 방법을 찾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상 실천은 어려운 것 같다. 민생을 말하던 자리는 어느새 대립과 비방으로 채워지고, 이를 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익숙한 광경, 우리가 매일 같이 접하는 정치(政治) 이야기다.

중소기업 84% “일자리 추경 편성 찬성”

지난달 7일 국회로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도 다르지 않다. 금번 추경안을 살펴보면 취업이 너무도 힘든 청년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담겨있다. 특히, 11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 중에서 약 30%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예산이다. 83.6%에 달하는 중소기업인들이 추경 편성을 찬성한다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현장에서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추경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 달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야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이 주된 이유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협치와 상생의 정치가 사라지는 사이 애가 타는 건 서민과 중소기업인들 뿐이다.

일반 국민들의 삶으로 돌아가 보자.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지만 그 효과는 일부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것 같다. 최근 한국경제개발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을 보면 유독 소비 하락세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영세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음식·숙박업의 5월 소비판매는 전월보다 3.2%나 감소했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무게에 짓눌린 소비는 살아날 줄 모른다. 서민들의 얇아진 지갑이 또 다른 서민들의 눈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 청년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

청년 실업 문제는 어떠한가. 청년 실업률 앞에는 항상 ‘사상 최악의 수준’, ‘통계 작성 후 최고치’와 같은 암울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연일 쏟아지는 신문기사를 보자면 이제는 어떤 것이 최악의 수준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어제의 최악이 눈뜨고 나면 차악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당사자인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가족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갈 것이다. 대기업과 공무원 공채에 몰린 수십만 명의 구직자들, 그리고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 민생의 문제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청년들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저마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고 살아간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라는 틀 안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금을 내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청년과 중소기업을 위해 협치의 지혜가 필요할 때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민생을 살폈으면 한다. 그 시작으로 일자리 추경예산 처리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추경에 담긴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창출의 시급성, 중소·소상공인의 어려움 해소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모두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도 풀리기 마련이다. 협치의 지혜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민생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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