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You only live once.’ ‘욜로’ 한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는 뜻이다. 열심히 벌어서 나를 위한 것에 아낌없이 쓰자는 것이다. 구미가 확 당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욜로족. 요즘 젊은20-30대들에게 각광받는 생활패턴이며 트랜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과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이다. 욜로족 지향은 자칫 어른들의 질타를 들을 수 있으며 철없는 젊은이들의 행태로 비춰질 수 있는 현상이다. 언제나 검소함을 미덕으로 치고 저축이 수반 된 건실한 소비를 부르짖는 기성세대에게 얼핏 납득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아직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위화감과 상실감을 줄 수도 있는 예민한 삶의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책 없는 무분별한 낭비가 아닌, 아낄 데 아끼고 쓸 때는 아낌없이 쓴다는 말로 항변한다. 즉 나만의 ‘가치소비’를 지향한다는 뜻 일게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한 막연한 보류보다는 당장 지금 내 생활에 기쁨을 주고 의미가 되는 일에 더 주력한다는 말이다. 가치도, 의미도 고무적이고 이상적인 소비패턴이니 딱히 뭐라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지금 가진 것으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겠다는 데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배우고 독려해야 될 일이기도 하다.

인테리어를 위해 고가의 브랜드 물품을 종류별로 구입하고 일반적인 골프나 탁구 정도를 넘어선, 해외 원정 스키 등 고급스럽고 다분히 귀족적인 스포츠 활동을 한다. 연봉의 상당액을 과감히 여행에 투자하기도 한다. 아직은 누구나에게 통용되는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신나고 멋진 인생임은 분명하다.

한 때 카르페 디엠 (Carpe-diem오늘을 즐기라)과 모멘토 모리(Momento-mori당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수긍이 가서 오히려 지향하고 싶었던 카르페 디엠, 그러나 슬그머니 망설이고 뒤로 빼면서 모멘토 모리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 성격도 성격이지만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에 포함되는 정서와 나이에서 오는 교육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훗날을 생각하지 않는 ‘지금’은 어쩌면 무책임하기도 했고 알 수 없는 불안함도 있었다. 심지어 현실에 자리하는 욕망을 야무지게 제어하는 내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내 소비생활에 늘 불만이다. 소소한 물건 한 개 사는 데도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망설이는 엄마를 보며 시도 때도 없이 한숨을 쉰다. 세상에 물건은 넘치고 거의 1회용으로 써도 될 만한 가격인데 그렇게 사는 게 한심하고 안타깝기도 한 모양이다. 오래 묵혀 둔 옷가지, 유행에 뒤떨어진 가방 한 개도 버리기가 아쉬워 만지작거리는 내 모양새는 내가 봐도 안쓰러울 때가 있다. 이런 내 소비성향에 오늘만 살 것처럼 물건구입에 돈을 들이고 빚을 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니 욜로족으로 가기까지는 요원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슬로건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울림과 참여의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다. 예쁜 옷도 때가 있고 시기가 있으며 여행을 할 수 있는 조건도 한계가 있는 것,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디자인의 옷은 오히려 주책이 될 것이고 건강하지 않은 육체로 여행을 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노력을 한다. 내게 주어지고 다가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내 앞에 펼쳐지는 기회의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찌 방만하고 무책임한 삶이기만 하겠는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떠나고 누군가와 기꺼이 한 잔 술로 어울려 실팍한 웃음도 날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즐겁지 않겠는가.

오직 한번 펼쳐지는 한 사람의 인생, 어떤 모습과 어떤 방식이 원칙이며 정답인 것인지 누구도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자기 생의 도화지에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며 꾸며 가는 것, 그것이 진정 내 인생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이며 의무일 것이다. 자고로 이제부터 카르페 디엠이다. 모멘토 모리는 차후 일이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CHEER UP!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