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성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 결정에 따른 찬반 양론이 사회적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 해소를 위한 첫 단추는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한 이해와 함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일 것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지난 40년 동안 원자력은 양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산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이바지 하였고, 저렴한 전기요금의 유지를 통해 물가인상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전 세계적 당면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하여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까지 이야기 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있어 숨은 공신이 원자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진 곳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우선 원자력 정책을 결정할 때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였는가 하는 점과 과연 원전 가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여 결정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기존의 원전과 달리 새로 건설되는 원전은 설계수명이 60년이다. 원전이 건설되는 10년이라는 세월과 설계수명을 다한 후 약 20년의 폐로 과정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은 거의 한 세대를 이어가는 중요한 결정이므로 단지 현재 세대만을 위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예상할 수 없는 큰 위험을 우리가 떠안고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 주었고,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한 지역에 밀접되어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우리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고, 고준위 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오랜 시간동안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은 결국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 안기는 셈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는 타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핵폐기물의 처분 문제, 방사능 누출사고 등과 같은 다른 요소들을 고려할 때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에너지의 96%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우리나라 여건을 감안할 때 원전만큼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생긴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할 때 더 더욱 원전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과연 이 딜레마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일까?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세대를 고려한 가치지향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어렵게만 보이는 딜레마를 해결할 수도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기요금을 포함하여 왜곡된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하면서 수요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R&D를 확대하고 기술력 확보와 함께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속한 기술진보와 효율성 향상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향후 10년 뒤에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이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고려할 때, 한번 결정되면 한 세기동안 불안감을 갖고 조금씩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비용을 부담하기 보다는 당장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보다 안전하게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기술진보와 함께 낮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원전의 건설은 당장의 시급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후손에게 기억되는 것은 무엇을 물려주는 가에 달려 있다”라는 말처럼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환경과 안전한 에너지를 남겨주는, 가치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선택이 소중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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