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새보미 아름중학교 교사.

나의 출근길은 1001번 빨간색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버스로부터 시작된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노선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버스 앞에는 남은 좌석의 수가 표시되는데 이미 많은 수의 좌석이 차 있는 상태로 대전과 세종, 세종과 대전을 오간다. 그만큼 대전과 세종, 세종과 대전을 왔다 갔다 하는 유동 인구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전에 집을 두고 세종의 직장을 나오는지, 반대로 왜 세종에 집을 두고 대전의 직장을 나오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참고로 필자는 작년 세종에 신규 발령을 받고 바로 짐을 싸서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를 왔다. 신규 발령이니만큼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기도 했고, 첫해부터 지각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좀 더 솔직한 이유였다. 어쨌든 세종에서 지냈던 작년의 1년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세종을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도시란?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필자가 전공한 지리학에서는 도시를 이처럼 정의한다. 도시는 지표면 일부를 점유하는 지역으로서 ①다수의 인구가 비교적 좁은 지역에 밀집해서 거주해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고 ②농업·임업·수산업 등의 1차 산업비율이 낮은 데 반해 제조업·건설업·상업 등의 2·3차의 도시적 산업비율, 즉 비농업적 산업비율이 높으며 ③주변지역에 재화와 용역을 제공해 주는 중심지로 정의된다.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 한국 지리 선생님께서 ‘세종시’와 관련한 핵심 개념을 설명해주신 적이 있다. 세종시는 곧 행복도시라는 것이다. 처음에 듣고서는 ‘아~ 그럼 세종시는 행복한(happy) 도시라는 뜻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모두 알고 있듯이 행복시는 행정복합도시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모두가 알지만 그 때 당시는 생소했기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어찌 됐든 세종시는 하나의 도시로서 성장하고 있음이 담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세종시는 아까 앞에서 언급했던 도시의 정의에 잘 들어맞는가? 우선 ①번과 ②번의 조건에 잘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①번의 경우 전체인구는 26만 6997명(올해 6월 말 기준), 도시 면적은 464.90㎢로 인구밀도는 약 574명/㎢라는 값이 계산된다. 물론 옆 동네 대전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때마다 인구밀도가 다른 도시에 비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②번의 조건 같은 경우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세종시에 행정 각부가 내려오면서 공무원의 도시라 불릴 만큼 많은 시민들이 비농업적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 중 ③번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세종시 자체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큰 공업 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반 활동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세종은 신생 도시면서 행정복합도시로 만들어가는 단계에 해당하는 도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시인 것이다. 과연 도시로서의 모습이 완성돼 가려면 어떤 것이 세종에게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종시의 장점과 단점

세종시의 장단점을 수업 시간에도 활용되는 SWOT(강점 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전략을 통해 비교해보자. 첫 번째 세종시의 강점에 해당하는 키워드는 교육, 쾌적성, 젊음이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세종시는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다. 우선 세종에 처음 왔을 때 놀란 점은 학교가 우리가 지내왔던 학교와는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시도의 대다수의 학교는 오래돼 낡았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경관이 주를 이룬다.

반면, 세종시는 대학교의 캠퍼스처럼 취향과 개성이 반영된 포스트모더니즘 경관이 나타난다. 경관 이외에도 학교 내부의 다양한 학생 활동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것과 학교 기자재 도구들이 잘 갖춰져 요즘 강조되는 스마트 교육, SW 교육 등의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은 세종시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 사회로 고민이 많아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세종시 2016년 주민등록인구통계 보고서 기준)로 확인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신도시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도시의 쾌적성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세종시의 약점에 해당하는 키워드는 생활 물가, 문화 시설, 교통이다. 세종시가 다른 시에 비해 물가가 비싸다는 사실은 뉴스에서도 여러 번 다뤘다. 상가 전용 면적이 적어 그 공간을 입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고, 그러면서 임대료가 높아지고 결국엔 물가가 높아지게 되는 등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작년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주말에 부모님이 계시는 대전 집에 가서 사서 가져오거나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아울러 영화관이나 소극장, 백화점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외에도 교통 체계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세종시에 등록된 차량 수보다 어딜 가나 주차장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공간 자체가 협소하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세종 시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로 세종시의 기회는 가장 젊은 도시에서 나오는 생산성과 열정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네 번째로 위협은 여전히 세종시는 아파트 건설 현장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아직 지어질 아파트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에 비해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공간이나 주차장 공간의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우려된다.

세종시에 바란다

작년 2학기 때 사회 수행평가로 세종시의 홍보 팸플릿 만들기를 한 적이 있다. 결과물을 확인하는 내내 안타까운 점이 발견됐다. 세종시에는 관광지로서 갈 만한 곳이 많이 없다는 점(모든 아이들이 거의 같은 곳을 조사해왔음, 또 직접 갈 만한 곳이 없다고 함)과 세종시의 브랜드와 마스코트의 활용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즐기는 ‘마블 게임’에서 세종시의 랜드마크는 정부세종청사로 나온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브랜딩을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무엇이고, 세종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무엇이고, 캐릭터는 무엇인지 등 잘 구축돼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함께 알고 또 공유하고 소통하는 분위기다. 지금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대전은 꿈돌이 카드라는 교통 카드를 사용하면서 대전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대다수가 알고 있으며, It's Daejeon(잇츠 대전)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시정 구호도 많이 알고 있다. 출퇴근하는 BRT 1001번 버스에는 과거의 대전, 현재의 대전, 미래의 대전이라는 주제로 대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홍보 영상이 방영된다. 또한 SNS로 대전의 소식이나 대전의 맛집 등 시민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이곳저곳에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만족도 1위에 빛나는 도시가 대전이다. 실제로 거주하면서 느낀 두 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민의 만족도’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신도시기도 하고 도시를 구축해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함께 소통해 세종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더욱더 멋진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다시 대전에서 세종으로 돌아올 그 날까지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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