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

버스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가 계속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버스사고로 4명이, 올해 5월엔 같은 고속도로 인천방향 둔내터널 버스사고로 무고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양재나들목 부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 등 8대가 연쇄 충돌해 K5 승용차의 50대 부부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버스사고 3건은 모두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이 유사한 버스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서울시 버스회사는 차량 1대당 2.3명의 기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만일 사태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버스 회사는 운행해야 할 버스 7대의 기사조차 구하지 못해 5명의 기사가 돌려 막기식으로 무리하게 배차 스케쥴을 소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치사율이 높은 사업용 차량일수록 그날 운전기사의 컨디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주 여부를 체크하기도 한다.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는 화물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며, 영업 현장에서 필요 시 유휴인력이 없다는 점이 사업장 운영 관리자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지난 2월 정부는 버스, 택시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최소 휴게시간 보장을 의무화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공포해 4시간 운전하면 30분 쉬도록 했다. 하지만 180만 원의 낮은 과징금과 단속의 어려움 등 실효성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 광역버스의 경우는 편도 2시간 30분 정도 운행거리 노선이지만 회차 지점이 도심 한복판이다 보니 잠깐이라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도로정체로 인해 왕복 4시간을 훨씬 넘는 시간을 계속해서 운전했을 것이다. 사고 전날까지 이틀 연속 하루 18시간 이상 운행했는데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었다. 특히 M버스는 국토부가 직접 인허가를 하기 때문에 올바른 운행여부에 대한 모니터링 문제가 숙제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금도 버스가 아무렇지 않게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운전기사 한명 당 하루 총 운행시간을 9시간에서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장거리 버스 한 대에 2명의 기사가 승차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근로기준법 제59조에 ‘근로시간 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을 정해 노사간 합의만 되면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돼 있으며, 특례조항 맨 앞에 ‘운수업’이 명시돼 있다. 이를 없애지 않는 한 무리한 근로시간으로 피로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계속될 것이다. M버스 기사도 의식을 차리고 눈을 뜬 순간 충돌했다고 진술한 것처럼 피로 누적에 의한 졸음이 결국 사고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러한 졸음운전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에는 근로환경이 뿐 아니라 운전자 개인적 질병 요소가 졸음운전 유발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필자는 올해 초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졸음운전 실태와 요인을 분석해 봤다. 최근 3년간 동일한 졸음운전인데도 화물차 치사율이 승용차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았고, 운전자 5명 가운데 1명은 수면무호흡증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수면장애를 가진 운전자는 정상 운전자에 비해 졸음운전 경험과 사고가 날뻔 했던 경험이 2.6배나 높았고 유병율 또한 2배 이상 높아 졸음운전의 배경이 됐다. 오래 전부터 교통안전 선진국은 운전자 건강관리의 관점에서 사고예방 대책을 찾아 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졸음운전 사고예방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차로이탈경보장치와 긴급자동제어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접근 방식에는 제한점이 따른다. 운전자가 자기 몸 컨디션을 무시한 채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 따라서 운전자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 지 반드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때 수면장애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혜택을 검토해야 한다. 기존 졸음을 깨우는 방식에서 졸리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자기 건강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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