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석달여 동안 숨가쁘게,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한 행보를 잠깐 멈춰서서 신발끈을 다시 묶어볼 때가 됐다.

지난 가을부터 촛불집회에서, 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나온 말이 있다. “이게 나라냐?” 한탄이고, 함성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대선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캐치 플레이즈를 기억하시는지? 바로 ‘나라를 나라답게’였다. 5자구도의 대선에서 41%를 득표 해 당선된 대통령은 바빴다. 인수위를 구성하고 준비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취임, 당일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명하고는 집무가 시작됐다.

첫번째 업무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에 서명 결재한 것이었고, 첫번째 외출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한 행보였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교사들을 순직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했다. 행사에서는 유가족을 끌어안았고,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는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어서야 돌아 오겠노라 약속했다.

필자가 중요하게 주목하는, 100일 속에 놓여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두 연설이 있다.

첫 번째는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이 언명한 추념사이다. 요약하면 애국의 정의와 개념이 새롭게 정립된 대목이다. 한동안 ‘애국’은 빛바랜 가치로 치부 되기도 한 단어이자 개념이었다. ‘애국보수’라고는 써도 ‘애국진보’라는 말은 잘 쓰이지도 않았거니와 어색하다는 생각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국선열과 호국용사, 참전용사 뿐 아니라 외화를 벌기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산업화에 기여 했던 여공이라 불리웠던 일꾼들, 민주화에 참여한 시민들까지 모두를 애국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렇다. 국가의 위기에 일신의 안위를 초개처럼 버린 위대한 영웅들을 애국자로 추앙하는 것은 당연하나 또한 공동체의 일터를 지키고, 일상을 유지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대다수 시민들 또한 애국의 길 밖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주권을 지켜내는 삶의 울타리인 국가를 어떻게 모두가 사랑할 것인가, 그 공유와 공감이 시작됐다.

두 번째는 최근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언명한 경축사이다. 현충일에 애국의 가치를 이야기 했다면 여기에서는 국가공동체의 가치를 정립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하겠다는 대선공약이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으로 담겨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우선 역할은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국익이 곧 정의다. 우리의 국가는 이제 다른 나라의 결정에 끌려 가는 일 없이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갈 것이다.

전쟁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고, 노력한 사람들은 국가가 ‘보훈’할 것이다. 그 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보답할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라면 이루고 지켜야 할 과제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준엄하게 약속했다. 현대사에서 해방 이후 바로 잡히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던 역사의 정리가 이루어지는 출발이었다.

100일 간 과거에 보지 못하였던 즐거운 장면들도 많았다. 청와대 회의에서 격의 없는 복장, 모습으로 미소를 주고 받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회의가 이루어지고, 기업인들과 맥주를 곁들인 간담회를 하고, 유기견이 퍼스트독이 되고, 야당들과의 소통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감동적인 장면들도 많았다. 아이들을 만나고, 소방관을 만나고, 피해자를 만나고, 아픈 이들을 만나 소통하고 위로하고 사과하고 약속을 주었다.

허물어졌던 정상외교가 복원됐다. 첫 순방지인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어려운 시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맹에 대한 진정성 있는 감사를 표하여 한미동맹을 재확인했고, G20 독일 순방에서는 다자외교도 활발히 재시동 거는데 성공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넘어야 할 큰 위기에도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도발,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위험의 강도가 높아져 있는 핵과 미사일 문제가 그렇다. 문 대통령도 이 중대성을 최우선 과제로 들고 있다. 또한 조금씩 회복 되고 있는 경제를 살려내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 있어서 정치권 야당들과 협치 하는 문제도 만만치가 않다. 역시 안보와 경제는 어렵지만 타개해야할 숙제다.

지난 100일 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가 말하고 보여준 약속에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역대 취임 후 가장 긴 기간, 가장 높은 국정지지율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 100일은 5년의 임기와 비교하면 5%를 지나 6%를 향해 가는 비중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이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하지만 이 첫 걸음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빛을 보면 다행히 그렇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왕도 아니다. 국민이 주권을 위임하여 임기 동안 이 나라를 제대로 올바르게 이끌어 가 달라는 사명과 소명을 맡은 국민대표 리더십인 것이다.

그 리더십이 이끌어야 하는 국가공동체는 확장된 국민들의 집이자 거대한 선박이다. 상시적으로 어딘가 고장 나고, 문제가 생겨 고치고 유지보수하고 동력을 공급하며 잘 관리하면서 운행해야 하는 공동의 운명체를 실은 정교한 구조물이자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지난 100일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만 중요한 것이 아니며 모든 공직자, 정부의 구성원들과 체계, 나아가 국민들이 함께 하는 호응도까지 평가 되어야 한다. 한 국가의 팀워크와 시너지까지 중요한 첫 단계를 지나고 있다.

아마 다수 국민들은 100일의 모든 약속이 토씨 하나까지 엄격하게 절대적으로 지켜지리라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끝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올바르게 투명하고 청렴하게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최선을 다해 일한다면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국민의 일원으로 이제 대한민국호가 비록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힘겨운 도전에 나설지라도 지금까지 100일의 약속을 새기고 평가하면서 향후 긴 항해를 마칠 때 평화롭고 풍요로운 목적지에 정박해 있을 것으로 신뢰하고, 기대하고, 희망해 보는 것이다.

촛불은 이제 미래를 향한 항해에 등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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