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9월 6일 블라디보스토크을 방문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베 총리와도 만난 뒤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정책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은 8월 29일 북한이 일본 너머 태평양으로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9월 3일에는 수소폭탄에 준하는 6차 핵실험을 감행해 유엔안보리에서 미국이 사상 최강도의 대북 제재 도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세간의 관심은 우선적으로 안보리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경시됐던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협력 동력을 회복하고 진흥해, 경제발전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북한문제를 해결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모멘텀을 구축했다는 것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문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본이나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했고 향후 러시아와의 양자 및 다자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흥해 경제, 안보,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반 국익을 진흥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의 외교·안보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라는 의미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을 규탄하고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이 어렵고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현 단계에서는 제재를 강화해 대북 압박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하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얻으려한다는 입장이므로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입장과 유사하다. 이런 측면에서 양 정상은 북핵 해결법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6차 핵 실험 이후 문 대통령이 제재 강화를 외치는 등 대북 강경기조를 채택한 것은 한국이 안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한미 정상간 신뢰를 증진하고 공조를 강화해 미국이 행동에 나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의 국익과 부조화를 보인다면 긴밀히 상의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키려는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됐다고 여겨진다. 이런 측면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핵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신뢰를 구축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양 정상은 경협부분에서도 실질적인 협력에 합의했다.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한·러 교역을 연 300억 달러로, 인적교류를 연 10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극동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지원을 위해 3년간 20억 달러 규모의 극동 금융협력 이니셔티브를 신설하며 어업쿼터를 추가 배정할 뿐 아니라 양국간 전력망 연계 사전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한·유라시아경제연합 FTA 추진을 위한 양국 공동작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놓고도 북한의 도발과 국제 대북 제재를 이유로 한·러협력을 경시한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극동을 환태평양시대를 주도하는 역동의 협력 플랫폼’이라고 지칭하면서 신북방정책을 선언해 우선적으로 한러 협력을 강화해 호혜적인 이익을 증진하면서 이를 목도한 북한이 중장기적으로 남·북·러 3자 경협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북핵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으로서 푸틴의 전폭적인 지지를 획득함은 물론이고 향후 한러 및 남북러 경협이 진흥될 중요한 행동 지침을 구축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한·러 9개 다리(9 Bridges)’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협력 추진하고 러시아 및 몽골과 협력해 동북아 에너지공동체를 형성하자고 제안해 협력의지를 과시하고 정책 실현 가능성을 제고했다.

한편, 아베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도발로 조성된 위기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를 일시 봉합하고 안보협력과 미래지향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러시아를 북핵 해결을 위한 새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향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중관계도 잘 회복한다면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과 동북아 평화번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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