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일보 남성화 기자] 우리는 현실에 맞닿은 불안과 고통 앞에서 본능적인 감각으로 즐거움을 리필(Refill)하며 살아간다. 2017년 9월 11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Refill+ing’에서는 각자의 욕망을 회화로서 이야기하는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유년시절의 감정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들을 마주하며 당시의 동물적인 감각에 촉각을 세운다. 그 기억들이 즐겁기도, 불편하기도 한 것은 각자의 기억 속에 리필 되어 지지 않은 어떠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채워지지 못한 경험들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감정들은 어디로 해소가 되고 배출 되어야 하는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보는 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알 것도 같은데,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작가는 회화로서 채우려한다.

강도영 작가는 집요하게 자신을 파헤치고 직관적이고도 무의식적인 감정변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번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인물드로잉은 관찰대상에게서 빌려온 영감을 바탕으로 당시 떠오르는 감정을 투영시켜 그려낸 것이다. 이후 재배치된 인물들은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며 그것은 곧 복합적인 자신의 상태를 마주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이자, 삶을 자신 있게 바라보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의 다면적 모습을 인내하여 마주하는 작업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로서 더 나은 삶을, 자신을 고민하는 모두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고주안 작가는 폭력의 일상성을 체험하며, 즉흥적인 낙서행위를 통해 그것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작업을 뒤 뒤엎는 행위를 여러번 시도하고, 차츰 고쳐나가는 것을 자아성찰의 계기로 삼아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희미한 빛'을 예로 들며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마주하는 현실 속의 불안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이야기한다. '희미한 빛'은 먼 곳에 있는 희망의 빛일 수도 있고, 꺼져가는 혹은 사라져가는 빛일 수도 있기에 모든 것에 정답은 없으며, 스스로 믿고 선택하는 것들이 정답이고 곧 불안을 이겨내는 핵심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윤겸 작가는 자신에 관해 '불안정한 노동자'라 칭하며 작업 행위를 노동과 동일시한다. 여기서 불안정성은 현실 기반과 신체적 한계를 빗댄 개념이다. 손상된 왼쪽 시각의 교차하는 현상을 통해 바라본 일상의 풍경들을 패턴의 반복적행위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동일한 형태를 반복적으로 그린 결과는 마치 하늘에서 본 자연 풍경을 연상시킨다. 세계를 더 정확하게 보고자 하는 의지와 어쩔 수 없이 부분적으로 유실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시각 사이의 측정 불가능한 인식의 한계를 기록하기 위하여 이처럼 그림을 그린다.

이유지 작가는 과거부터 경험한 파편화되고 망각된 기억들을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유년기의 친밀한 관계들의 죽음과 폭력의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었고, 유사상황에 직면할 때 육체와 정신이 해체되는 낯선 느낌을 겪게 된다. 기억 속 이마의 상처를 꿰매는 실과 과수원 숲은 주체성과 보호망을 잃은 불안감을 온전하게 하는 치유의 소재로 심리적 싸개를 나타낸다. 이처럼 몸속의 신경망을 옮긴 듯 한 반복적 회화의 표현은 심연의 상태에서 마주하고 해소하는 것이며 상처받은 누군가와 공유하길 바라는 잠재적 회화의 언어를 내포한다.

과거에 앞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미술의 역사에 있어 회화만큼 순수한 매체는 없을 것이다. 전통적 방식의 그리기를 거절하면서도 미술의 조건은 더 이상 잘 그린 그림, 아름다운 회화가 아닌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행위들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동시대 회화란 단순히 작가의 심리상태, 주제의 해석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설명 할 수 없는 대상이 됐다. 이번 ‘Refill+ing’ 전시를 기획한 4명의 작가들은 여전히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쉬지 않고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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