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실체 없다는 이유로 가격 지불에 인색한 풍토 바꿔야

▲ 장경순 서울지방조달청장

서비스업은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의 2배이고 고용의 70%를 담당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의 제정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공 조달에서는 무엇보다도 ‘제값주기’가 효과적인 수단이다.

물품이나 공사는 구매 실례 가격이나 표준 단가, 원가계산 등등 계약목적물의 가격을 객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축적되어 있다. 서비스는 다양한 종류만큼 가격 결정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청소나 경비 용역처럼 인건비가 기준이 되는 서비스는 원가계산을 한다. 건설 관련 용역은 별도의 대가 기준이 있다. MICE(Meeting, Incentive travel, Convention, Exhibition)로 대표되는 다양한 행사·박람회·컨벤션 서비스는 객관화된 가격 산정기준이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MICE 용역은 우수 제안 업체에게 우선권을 주는 ‘협상’ 계약에 의한다. 협상계약은 참여자가 10명 이내이다. 협상계약은 별도로 가격을 조사하지 않고 배정된 예산 전체를 상한액으로 할 수 있다. 낙찰율도 대부분 90퍼센트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가격이 경쟁의 기본이 되는 물품이나 공사에 비해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CE 산업계에서 대가에 대한 불만이 많다. 업계에서는 주어진 예산에 비해 수행하여야할 과업이 많고, 행사가 끝나면 가격을 다시 산정해서 낮추는 관행을 그 이유로 지적한다. MICE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기업의 창의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발주기관은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다. 예산을 지출하면 추후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물품이나 공사는 계약 목적물이 명확하지만, 서비스는 계약의 과정이 목적물이고 실체가 남지 않는다. 발주기관에서는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과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경비를 정산함으로서 예산 집행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료를 남긴다.

각각의 MICE 성격에 따라서 계약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는 표준화된 대가 기준이 없이 전체 예산에 맞추어 계약금액을 확정하고 있다. MICE는 건건마다 특성이 있고 표준화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인건비가 대부분이거나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정기적인 MICE의 경우에는 표준화된 대가 기준을 적용해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반면 표준화된 대가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전문성이나 창의력이 중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금액으로 계약하되 별도로 정산하지 않도록 행정 지도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과업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MICE는 그 성격상 계약 과정에서 변경이 많이 생긴다. 변경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과업지침서를 정확히 작성하고, 변경이 생기는 경우에 계약 금액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발주자와 계약자 간에 명확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어진 예산 이상의 과업을 요구하는 관행 역시 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우리나라에는 ‘서비스’라 하면 ‘무료로 제공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깊이 깔려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나 건설 이상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가격의 지불에 인색한 문화와 풍토는 우리 모두가 함께 바꾸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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