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한국문학의 거목인 고은 시인.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올해 여든네 살의 고은 시인. 우리나라 문단의 거목이기도 하지만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저명하고 실력 있는 원로 시인이라는 것에 더 주목받고 있다. 후보자에 오른 것만 해도 괄목할 만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시인 본인은 물론, 결과에 기대를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오랜 갈증임엔 틀림없다. 노벨상을 받는 다는 것은 단지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의 의미를 떠나 세계 최고라는 것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문 앞에서 고배를 마시는 작가를 둔 나라의 독자들은 아쉬움을 지나 이젠 야릇한 반감을 갖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문학은 다른 것과 달리 상업성이나 대중성에서 약간 배제하기도 하고 작가 스스로도 그런 세속성을 지양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의식과 언어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응원을 받고 싶은 것은 작가라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작가에게 그것 이상 명분 있고 자랑스러운 존재감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문학은 단편적으로는 한 작가의 내면이고 의식의 세계일지 모르지만 독자들이 받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는 것은 개인의 영달임과 동시에 한 나라의 위상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이미 수상자가 나왔기에 알게 모르게 더 관심이 가고 매번 탈락되는 것이 애석한지도 모르겠다. 글로벌한 세계에서 개인의 성과가 곧 한 나라의 힘이 되는 시대다. 나라의 힘은 단순히 경제력과 군사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예술이나 체육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뿜어내는 발군의 실력은 세계적이다. 그렇기에 노벨문학상에도 언제나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년 소설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 때 얼마나 국가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자랑스러운 축제였던가. 우리나라 말로 쓰인 우리의 정서와 색깔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서 공감을 주고 인정받았기에 더 당당하고 자랑스러웠다. 작가 한강이 아닌, 대한민국 작가 한강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고은 시인의 작품은 20개 언어권에서 약 90종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특히 한림원이 있는 스웨덴에서 번역된 시집 ‘만인보’ ‘순간의 꽃‘ 소설 ’화엄경‘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의 문학 작품이 각 나라의 번역가들에 의해 그 나라의 언어로 해석되고 표현되어서 인정을 받았다는데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곧 한국 문학의 세계적 비중이 커질 수 있기에 영어뿐 아니라 더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또한 무엇보다 기라성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돼야 하는 것도 급선무다.

명실공이 권위 있는 노벨 문학상에 이번에도 예외 없이 우리나라 고은 후보가 물망에 올랐지만 결과는 일본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넘어갔다. 반복되는 탈락에 여전히 탄식의 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결과는 근원적인 문학계 답보에 자성의 시간도 되고 또한 권위 있는 상에 급급하지 말자는 목소리 또한 끌어냈으니 전혀 성과가 없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매번 노벨상 수상의 문 앞에서 좌절의 쓴 맛을 보는 이유를 보다 심도 있는 것에서부터 짚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국의 독자들로부터 더 깊은 신뢰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독서 수준을 높이고 많은 독서를 함으로써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일 것이다. 작가는 수준 있고 깊이 있는 작품을 쓰고 또 그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음으로 권위를 찾고 의욕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또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기에 이르지 않겠는가.

이주옥(수필가)

한국문학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만으로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찾아야 한다. 곳곳에 문학의 향기가 흐르고 또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히 그에 맞는 상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작가들의 저력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작가는 비록 올해도 고배를 마셨지만 국민들은 한국 문학자체에는 근사한 왕관 하나 씌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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