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재봉 소방청 차장

유난히 폭염이 길었던 올여름도 지나가고 풍요로운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10월 들어 무더위가 꺾이고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산으로 떠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는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지인들 상호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산행이나 단풍을 보면서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하기 위한 가을철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 4430만여 명 중 9월부터 11월 사이에 1356만 명이 가을 산을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산행이 많아짐에 따라 산악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최근 3년 평균 산악사고로 인한 119구조활동을 살펴보면 1만 80건을 출동해 8643명이 구조되었다. 지난해 산악구조 활동건수는 9134건으로 이중 가을철에 2171건이 발생, 전체 산악사고의 24%를 차지하였다.

구조활동 사유로는 일반조난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실족·추락, 개인질환 등의 순으로 차지하고 있어 산행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필자도 체력관리를 위해 등산을 즐기고 있다. 평소에도 119종합상황실에서 매일 재난발생 상황을 보고 받는 중에 ‘00산 등반객이 가슴통증 또는 심정지 상황에서 소방헬기를 통해 긴급 구조 및 병원이송했다’는 사고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

지난 9월 17일 영암 월출산에서 일행들과 산행 중 가슴 답답함을 호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심정지 환자가 발생되어 소방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하는 안타가운 일도 있었다.

낙석에 의해 등산객이 부상당하는 일은 드물지만 지난 9월 24일 설악산 왕관봉 인근에서 산을 내려오던 등산객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부상을 당해 소방헬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해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산행 중에 흉통을 호소하거나 심정지와 같은 급박한 경우를 목격할 수 있다. 이때에는 초기의 대처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119에 신고를 하여 119상황실의 전문 의사와 응급구조사가 안내하는 심폐소생률(CPR) 조치요령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해야 부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특히, 산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119에 구조요청을 할 때는 환자의 상태와 정확한 사고지점을 알리기 위해 등산로에 설치된 119구조위치 표지판 번호를 숙지해 119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청은 국민이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산악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하여 매년 산악사고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말 등산객이 많이 찾는 전국의 주요 등산로 1150개소에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으로 구성된 등산목 안전지킴이를  배치하여 산악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유동순찰, 안전한 산행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신속한 응급 처치를 위한 간이 응급의료소를 운영하는 한편, 산림청 등 유관기관과의 합동 인명구조훈련을 실시하여 산악사고 대응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시민 산악구조봉사대를 운영해 위치 표지판, 간이 구조구급함, 그리고 안전시설을 정비하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산악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추진, 전년 같은 기간대비 구조인원 907명이 감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가을철에만 누릴 수 있는 곱고 예쁘게 물든 오색 단풍이 유혹하는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는 다음의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 해지기 한두 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2인 이상이 등산을 하되 일행 중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하여야 한다. 물론, 산행 중에 음주는 절대 금지다. 또한 등산화는 발에 잘 맞고 통기성과 방수능력이 좋은 것을 착용한다. 저체온 증상에 대비하여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재질의 등산복과 여벌의 옷, 마스크, 모자 등을 준비해야 한다.
 
논어에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仁者樂山, 仁者壽)’고 하였다. 산행 안전수칙을 염두에 두고 산행을 한다면 성현의 말씀처럼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는 물론 자신을 재충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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