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영화 트랜스포머 리퓰드 스틸컷.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간간히 신호대기 중에 잠들어 버린 음주 운전자 얘기를 듣게 된다.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화 된 남의 얘기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실질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엔 너무 황당무계해서 그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우스운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닌, 꽤 심각하게 논할 이야기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도로위에서 잠이 들어버린 사람들, 우선은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무모함에 놀란다. 그리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그렇지 어떻게 신호대기중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릴 수 있는지에 놀라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느냐” 고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에게 잠은 단 1초의 짧은 시간도 지배하는 무서운 침입자임엔 틀림없다.

음주운전의 무서움은 백번 천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서 음주운전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혹자들은 소주 두어 잔은 괜찮다는 입증되지 않은 지식으로 음주를 부추긴다. 귀 얇게 그런 부추김에 편승했다가는 서로에게 못할 짓 하는 사람들이 되기 십상이다.

요즘처럼 버라이어티하고 급변하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술은 불가피한 소통의 1등 공신이다. 그런 술자리에 자가용은 더 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소통과 관계의 공신인 음주와 운전. 이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들이 적정하게 만나서 조화를 이루면 더 없이 환상적인 만남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악연에 애물단지가 되는 게 음주와 운전이다. 결국 그들의 관계는 가장 밀접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연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 한 모금에도 예민해야 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 운전은 부조합의 정석임을 명심해야 한다.

술은 사람들에게 종종 방종과 호기라는 음흉한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덥석 그 미소에 답하는 무모함을 벌이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음주 후 운전은 무모함과 호기가 만나는 악연중의 악연이다. 설마 하며 단 몇 미터를 가는 길에 본인은 물론이고 무고한 다른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무서운 흉기로 돌변했던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음주를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자리를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다. 맘먹고 먹자하면 소주 1병쯤은 마실 자신이 있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스스로 약속한 소주 두 잔과 소맥 1잔을 철통같이 지킨다. 그러나 차가 있을 때는 이마저도 단호하게 거절한다. 술자리 합석의 기본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요즘 대리운전은 음주문화 속의 대중적인 궁합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단 한 차례도 대리기사를 부른 적이 없다. 차 안에 단 몇 분이라도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어색함을 견디기 어렵다는 개인적인 성격이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밤늦은 시간의 여자 음주는 별로 고와 보이지 않다는 주관적인 생각 때문이다. 무슨 이조시대 이야기냐고 놀려도 이 또한 변치 않는 내 생각이다.

음주운전도 습관이라고 한다. 음주 운전 세 번 적발되면 아예 면허를 취소시키는 삼진 아웃제도는 2001년도부터 시행됐다. 유명 스포츠 스타는 삼진아웃제를 적용 당해 체육연금마저 박탈당하고 어느 가수 또한 삼진아웃으로 대중과 무대를 잃었다. 음주운전은 비단 자신의 불이익이나 명예 실추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는 안타까운 일이다. 음주를 할 때는 아예 차를 가지고 가지 말든지 아니면 대리기사를 이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해야 한다. 대리 비용 2만원을 아끼다가 100배 1,000배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다.

이주옥(수필가)

무엇보다 본인과 무고한 타인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일이라는 걸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음주는 즐겁거나 슬프거나 모두 개인적인 선택인데 사회적으로 관리 받고 법률적인 계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음주후의 운전은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운전은 철저하게 맨 정신일 때만 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내 개인의 불행이 아닌 다수의 불행이니 철저하게 거부할 일이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