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8·2대책 이후 기다리던 주거복지로드맵이 마침내 공개됐다. 오랜 기간 준비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80쪽에 달하는 분량은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들도 시간을 두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새로운 용어들도 눈에 띈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연금형 매임임대, 여성안심주택, 사회임대주택, 노후주택 입체환지, 재정착리츠 등 공급주도형 시대에서 수요맞춤형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주택공급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디테일한 면도 있다. 청년 공공지원주택과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은 공급 지역을 공개했고 기존 뉴스테이 사업장 중 공공성을 강화하게 되는 대상지역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구체화돼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은 과거에 발표했던 것들보다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주택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센티브에 관한 사항이 빠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8·2대책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에 관한 내용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다주택자가 제도권의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할 것인가의 가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단기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이 부분을 논외로 하면 주거복지로드맵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향후 5년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정책의 주요방향이다. 따라서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거복지로드맵은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를 표방하면서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망 구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단편적·획일적 지원에서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과 사회통합적 주거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4가지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첫째는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 둘째는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셋째는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 넷째는 협력적 주거복지 거버넌스 구축 및 지원 역량 강화다.

먼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취약계층별로 맞춤형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5년간 청년주택 총 25만실(연 5만실)이 공급되고 5만 명이 입주할 수 있는 대학교 기숙사가 공급된다. 또 저소득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해 주거상향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도 도입한다.

이는 청년시절부터 내집이나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을 모으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정책이다. 만 29세 이하 총급여 300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무주택 세대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연간 600만 원 한도로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3.3%의 이자를 받을 수 있고 2년 이상 유지시 이자소득 500만 원까지 비과세도 받을 수 있다. 가입요건이 되는 청년층은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한다. 공급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기존에 공급하던 행복주택의 평형을 확대하고 특화시설을 강화해서 신혼부부가 자녀 출산 이후에도 충분히 거주 가능한 주택으로 공급한다. 이외에도 국민임대, 분양전환 임대, 매입·전세형(신혼전용 매입임대, 매임임대리츠, 전세임대 지원 강화)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공급된다.

특히 신혼부부라면 7만 가구 공급예정인 ‘신혼희망타운’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분양형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본인 희망시 임대형(분양전환공공임대)도 가능한 선택형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신혼부부는 자산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수서역세권(620가구), 서울양원(385가구), 과천지식정보타운(664가구) 등 기존택지는 물론 서울 주변 그린벨트 등 신규개발방식으로도 4만 가구가 공급된다. 신규개발 대상지역은 성남 금토(583가구), 성남 복정(646가구), 남양주 진접2(1292가구), 경산 대임(1630가구) 등 9곳 이외에 다른 곳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고령가구를 위해서는 무장애 설계, 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임대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고 보유주택을 활용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연금형 매입임대, 집주인 임대 우대정책을 추진한다. 연금형 매입임대정책은 LH·주택금융공사 등이 고령자(1주택자) 소유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취약계층 등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게 된다. 주택을 매각한 고령자에게는 매입금액을 분할해 지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거안정 기반을 마련해준다.

민간임대주택의 체계도 개편된다. 기업형(300세대 이상·8년 임대), 준공공(300세대 미만·8년 임대), 단기임대(4년 임대)로 구분되던 민간임대주택은 공적 지원과 공적 규제의 강도에 따라 공공지원, 장기임대, 단기임대로 재편성된다. 세대기준이 없어지고 기업형민간임대주택은 공공지원주택으로 변경된다. 공공지원주택은 민간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나, 공공의 지원을 받아 초기임대료·입주자격 등에 있어 공공성을 확보한 임대주택으로 임대기간(8년 이상), 임대료 인상 제한(연 5%), 초기임대료(시세 미만), 입주자격 제한(무주택자 우선공급, 정책지원계층 특별공급)의 규제를 적용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 정부에서 추진되던 종전 뉴스테이(53개 지구·7만 8000가구)는 없어지고 제도개선 방안을 최대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계획이 있는 사업자는 과거와 달라진 민간임대주택 제도내에서 사업계획을 검토해야 하며 임차가구는 달라지는 공적임대주택의 요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주거복지로드맵에는 서민·실수요자를 위해 향후 5년간 공적임대주택 100만 가구 공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담겨있다. 일부에서는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 및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있다. 완벽한 정책은 없다. 주거복지로드맵도 마찬가지다. 다만 주거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드맵을 추진하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끊임없이 보완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량중심의 성과목표 달성기조를 탈피하고 다양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책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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