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9일 평창 하늘에 성화가 타오른다. 올림픽 개최지의 국격과 품위에 맞게 세계인의 축제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민족적 경사다. 두 차례 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우여곡절과 사연은 많았다. 88서울올림픽은 ‘바덴바덴의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일본이라는 선진국을 제치고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개발도상국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사마란치 위원장의 ‘쎄울’ 발표 장면은 지금보아도 가슴이 뭉클하다.

88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에서도 의미가 깊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이 냉전의 여파로 반쪽짜리 올림픽이었다. 서울 올림픽은 12년 만에 동서가 함께 참가한 최대 규모의 올림픽으로 자리매김 했다. 정치이념을 떠나 동서 화합과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그것도 분단된 나라에서 개최가 되었으니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30년 만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선정과정에서 두 차례의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막상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극에 달했다. 지난 해 우리는 북한의 최대 규모 핵실험과 몰아치기식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극한의 긴장을 경험했다.

올림픽 개최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몇몇 나라들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올림픽의 화합·평화의 정신만으로는 부족했다. 냉전의 잔재가 남아있는 평창을 탈냉전의 평화로 각인시키는 것이 눈앞의 과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민족의 경사이자 세계인의 대축제가 평화롭게 개최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쉼 없이 보냈다. ‘평창평화올림픽’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대적 분단 상황인 우리가 우선 평화와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이 화합하는 문제야 말로 세계인들이 평창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경사·평화축전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 공감함으로써 공동입장과 공동응원에 합의했다. 감독과 선수, 관중이 함께하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는 한반도의 깃발 아래 아리랑의 단가로 민족의 하나됨을 전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일부에서는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이 마치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것처럼 주장한다. 북한이 참여를 결정하게 된 속사정과 의도를 다 알 수는 없다.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민간단체·체육계·국제올림픽위원회 등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했다.

우리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와일드카드로서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지원했다. 동맹국인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에 동의했다. 유엔총회는 지난해 11월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모든 노력들이 모아져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가 결정된 것이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바탕에서 개최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분명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인이 바로 우리 국민이라는 점이다.

북한 선수단을 포함하여 전 세계인을 초청하여 평화롭고 영광되게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주인의식이 중요하다. 북한이 협의 과정에서 방남계획, 금강산 문화공연 등을 일방적으로 중단·취소하고 남북간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유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정한 것처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성급하게 추진되어 사전에 소통이 부족했던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 나감으로써 역사는 발전한다.

소통의 부족과 절차의 투명성·공정성의 보완은 정부의 몫이다. 동계 올림픽, 패럴림픽까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니 올림픽 개최이후 한 층 더 높아질 우리의 국격을 기대한다.

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만들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듯하다. 공감대가 일시적인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가 보다 진전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지혜가 요구된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변수가 많다는 것은 해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포를 통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운신 폭은 매우 좁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북핵불용을 재확인하면서 최대의 압박을 역설하였다. ‘강대강’ 국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평화체제 구축에 토대한 한반도 통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남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북한이 대화와 협상에 복귀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을 이끌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남북간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해 관계를 진전시키면서 동시에 북미간 대화와 북핵문제의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대북특사 파견 및 장관급 회의체 복원을 이끌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면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핵도발로 국제제재가 겹겹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앞서나가는 것은 한계를 지닌다. 북한이 진정성 있게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문제의 유관국들과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가 중요하다.

북한을 대화의 탁에 앉히기 위해 주변국과 함께하는 공동의 외교적 프레임웍을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의지를 가진다면 평창 올림픽의 평화 성화가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타오를 것을 확신한다.

나라·인종·종교가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화이다. 평화만이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고 비핵화·평화체제·통일로 이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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