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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을 열며, 미투
  • 이주옥
  • 승인 2018.02.1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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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피(Dirty Blood) 스틸컷.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여검사가 8년 전에 상관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세상 밖으로 알리면서 나라는 순식간에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시간,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그 사건을 두고 그 조직의 특성상 쉬쉬하며 가라앉혀 놓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암암리에 자행된 보복성 인사나 업무 조치에 그녀 스스로 인권의 박탈감을 느끼면서 오랜 시간 동안 품고 있던 정신적 고통을 수면 위로 올렸다. 법조계 자체는 물론, 국민 모두가 충격을 받고 어수선해졌다.

위아래 서열이 극명한 조직은 자동적으로 위계질서라는 다소 경직된 이름이 굳건하게 자리하며 자연스럽게 상하관계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부당한 조치에도 벙어리 냉가슴 앓아야 하고 더욱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적인 희롱이나 폭력을 당하면서도 파장 후유증이 두려워 쉬쉬하며 묻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검찰에서 일어난 그 일을 시작으로, 권력을 쥔 남성들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공격한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 듯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검사가 물꼬를 트자 이어 문단 거목을 향한 여류시인의 폭로, 그리고 방송과 공연 문화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MeToo를 선언하며 그동안 가슴앓이하며 한쪽에 구겨놓았던 경험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단의 가해자로 알려진 시인은 세계적인 명성이나 대한민국 문학에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큰 사람이다. 이에 몇몇 문학 관련자들은 “작가는 도덕성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그의 행위에 명분을 세우고 보호막을 씌운다. ‘도덕과 예술은 서로 배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극히 독선적인 논리를 제시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명성 있는 문인일지라도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 옹호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술가는 멸균적인 공간에서 문학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꽤 그럴싸한 명분으로 그를 감싼다. 자칫 발설한 사람만 매장당하기 좋은 판세다.

숨겨져 있고 가려져 있던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는 꽤 큰 용기와 어느 정도의 희생이 따른다. 특히나 당사자가 여성이거나 성적인 부분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예민할 것이다. 은밀함이 오히려 힘이 되는 성폭력. 그것이 드러나면 언제나 피해는 여성이 받기 마련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을 듣는 것이 성폭력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남성이 교묘함으로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이 어디 오늘일이기만 했냐고 말하는 기성세대들이 꽤 있다. 상대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인 내 형편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아니면 안면 있는 사이에 인간적인 정리라는 극한의 이유로 그냥 당하고 방관하고 유야무야 넘겨버린 일이 한두 번이었을까. 또한 드러난 다음에 당하는 2차 피해도 무시 못 할 일이다. 얼굴이 알려진 여검사는 외모비하 성 댓글에도 시달려야 했다. 또한 기혼자이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지도 모를 일이다.

왜 남성들은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앞세워 여자를 성적으로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일까. 힘을 가진 남성이 자신보다 약한 지위에 있는 여자에게 성적인 폭력을 가하며 두려움에 떨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힘을 느끼고 쾌감을 얻는 심리가 있다고 어느 학자는 말한다. 또한 그것은 청소년기에 받은 폐쇄되고 왜곡된 성교육에 의한 잘못된 발산이라고도 한다. 그러기에 한 여성학자는 “성폭력은 뿔 달린 악마가 저지르는 게 아니고 누구든지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평소에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학력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그런 일을 당하면 또 여성이 절반 이상의 책임이라는 고질화 된 인식으로 인하여 그동안은 공격했던 남성이 늘 적당하게 당당했다. 그리하여 성적인 폭력과 공격에 저항하는 여자들은 냉골 흐르는 그녀들의 방에서 눈물 흘려야 했을 뿐이다.

이주옥(수필가)

남성들의 권력과 지위 아래 은밀함이 충실하게 들어앉아 여자들을 곪게 하던 어두운 방이, 법조계의 추한 민낯을 시작으로 일단 빗장은 열린 듯하다. MeToo에 동참하는 여성들의 분명한 몸짓과 목소리는 YouToo를 부를 것이고 끝내 곪은 종기는 터지고 켜켜이 쌓인 곰팡이는 제거될 것이다. 하지만 자칫 권력과 힘이라는 거대한 해머가 또 다른 방식으로 여자의 방문을 부수는 치사한 행위가 이어질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꽤 진지하고 고집스럽게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편이고 나는 내가 살아온 시대만큼 적당한 반론을 제기하며 아이들을 설득하는 중에 종종 마찰을 빚는다. 아이는 이번 사태를 보며 기어이 한 마디 했다. “아무리 똑똑한 검사여도 여자니까 당하는구나.”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이주옥  webmaster@p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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