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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창 호시절인가
  • 이주옥
  • 승인 2018.04.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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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고 있다. 여기저기서 앞 다퉈 꽃 소식이 들려오고 개인 SNS마다 거의 봄꽃들로 치장을 했다. 대개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겨울 뒤끝답게 고개를 내밀던 꽃망울들이 화들짝 놀라 다시 몸을 움츠리나 싶을 정도로 꽃은 쉽게 피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어느 하루 사이에 기온은 오르고 주춤하던 개나리 진달래가 뒤늦게 봉오리를 내밀더니 기다릴 새 없이 매화며 벚꽃도 덩달아 피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몰아서 피워 올린 꽃망울들로 온 세상이 꽃무더기 속에 갇힌 듯하다.

그 탓일까. 언제나 냉기 흐르던 남북 관계에도 봄기운처럼 따뜻한 소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툭하면 핵으로 위협하고 영해, 영공을 침투하고 공포탄으로 근접한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일상을 흔들더니 거짓말처럼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마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남북 선수들의 공동 출전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오랜 냉전 상태에 있던 관계들이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는 일은 소통의 첫 번째 덕목이리라.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 한 스포츠교류가, 남북 화합에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대립 앞에 가장 큰 가교 역할을 하며 감정을 녹이고 합치게 하는 데는 예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미술, 춤은 사람의 감정을 순화 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매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 때 북측에서 준비한 예술단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때 우리는 어쩔 수없이 한민족임을 실감하고 감정이 동했을 것이다. 그러다 지난 3일, 우리 측 예술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서로 얼굴 마주하며 손을 잡고 노래를 나눠 부르고 환호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함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드디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 첨예하게 대치하던 장벽이 무너지고 냉랭하던 기운이 스러지는 것은 한 순간일까. 하지만 우리가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생각하면 가슴 박차고 감격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차가웠다. 다수의 찬반양론을 불사하고 사드배치는 확정됐고 중국과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던 유커들이 발길을 끊었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그 후 중국이 세계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에 우리나라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자칫 하다가는 고립될 위기까지 봉착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다행히 사드보복이 해제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제주 4.3사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발생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도민 28만 명 중 3만 여명이 희생당했으니 제주도민에겐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고 대통령은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오랜 응어리가 풀릴 것을 기대해 도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드디어 70년 동안 얼어 있던 제주와 제주도민의 상처와 아픔에도 봄이 온 것이다. 이래저래 국내외 안팎으로 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넘치고 또 넘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 막혀 있던 것들이 뚫리고 얼어 있던 것들이 풀리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갖는 것이 그 시작이다.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긍정적인 순환의 법칙이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다. 꽃은 피면 지고 삶도 복과 흉이 적당히 섞이는 것이 섭리라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영원히 고운 꽃으로 품을 수도 있고 화도 복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봄과 함께 나라 안팎으로 좋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린다. 그야말로 만화방창 호시절이다. 폭발하듯 피어나는 벚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벙그러지고 희망이 솟구치는 듯하다. 혹여 느닷없는 봄비에 꽃잎 사그리 떨어져 밟힐지라도 그러면 또 어떤가. 그 고운 꽃 길 사뿐히 즈려밟으며 이 봄을 한껏 누리면 되지 않겠는가.

이주옥  webmaster@p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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