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반려 동물들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더 이상의 언급이 오히려 무색할 정도다.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있지만 고양이나 강아지가 자연스럽게 대변되는 듯하다. 그에 따라 반려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서 감동과 웃음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분노를 사기도 한다.

동물 납골당 옆에 사무실이 있는 지인은, 날마다 한두 차례 씩 고급차에서 내리는 선글라스 낀 사모님들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는다며 고개를 갸웃하고, 강아지 제삿날이라며 친구들 모임에 불참 통보하는 사람의 얘기도 듣는다. 동물들의 용품이나 밥을 사가지고 칼퇴근 하는 가장들 얘기는 이미 식상하다.

고양이는 곡식 창고에서 활개 치는 쥐를 잡는 동물, 쥐 한 마리와 티격태격하는 만화영화 주인공인 장난꾸러기 톰,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돈 많은 집 우아한 아가씨의 품에 안긴 하얀 털의 페르시안 고양이의 요염한 눈동자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비오는 늦은 밤 들리는 울음소리의 공포와 요즘 말 많은 길고양이, 그리고 캣맘이 연상된다.

갑작스럽게 고양이가 반려동물 대세가 되면서 순식간에 강아지가 순위에서 조금 밀려났다고 한다. 물론 영화 『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나 연극 『고양이를 부탁해』,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인해 그 존재감은 오래 전 방점을 찍었다. 그러다 이번엔 고양이를 소재로 하거나 의미를 둔 에세이가 새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이제 고양이 전성시대가 오는가보다. 어떤 시류 때문에 고양이가 대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매체나 관계자들의 분석으로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개보다 손이 덜 가는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이 1차적 이유라고 한다.

흔히 고양이와 개를 비교 하는 일이 많다. 우선 개나 강아지는 어떤 동물보다 사람들과 친밀하다. 강아지가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언제나 사람에게 치대며 온 몸으로 사랑을 갈구하면서 몸소 사랑을 얻어내는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조금 도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언제나 약간의 까칠함으로 사람 스스로 다가가 사랑을 표현하게 하는 오만을 부린다. 강아지보다는 자기만의 영역이 확실하고 스스로 몸을 깨끗이 하며 배변장소에도 까탈을 부리는 습성이, 그 품위를 올리는 데 한 몫 한 것 같다. 그래서 개에 비해서 조금 품격이 있다고까지 한다.

어느 예능 방송에 나온 고양이 두 마리가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털이 수북한 그 고양이들은 우선 외모에서부터 포스가 달랐다. 언제나 나대지 않고 조금 느린 몸짓으로 책꽂이나 상자 안에 들어가 여유자적 잠을 자거나, 방 안에서 자분자분 움직이다 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기는 폼이 더할 나위 없이 품위 있어 보였다. 동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도 ‘한번쯤…’ 했을 정도였다.

하루가 다르게 인간세계의 영역을 침투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반려 동물들과의 동거는 인간에게 의식주 이외의 것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라는 반증이다. 그저 인간생활에 체온을 나누는 생물로서의 비중을 차지하거나 기껏 남은 음식물이나 처리하는 하찮은 동물이라 여겼던 고양이나 개도 이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에 포함되는 시대다. 누군가로부터 ‘당신의 소중한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얼마나 다양한 대답이 나올까. 아마 그 답에 반려동물을 끼어 넣는 사람들은 상상이상으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것들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아마 조금 힘들기는 해도 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 세상이다. 아주 중요하지만 또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공존하는 시대.

그렇지만 삶에는 그때그때 절실한 것들이 있다. 아마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이 그런 의미 일 것이다. 사람들은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그 무엇을 갈구한다. 소설가 베르베르도 ‘나를 지켜보고 내게 영감을 주는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삶’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요란하지 않게 내 곁을 오래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이 시대의 사람들. 그들의 외로움이 고양이 한 마리 곁에 두게 만드는 것이리라. 현대인은 어디서나 고독과 싸운다. 그 외로움에서 탈피하는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고양이의 적요한 눈빛이 또 다른 고독을 만들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고양이를 어루만지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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