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합일보 이창호 대표기자

현대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기업윤리와 경영철학뿐만 아니라 그것의 바탕이 되는 교육에 있어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로 주저 없이 유일한(柳一韓) 박사를 들 수 있는 데에는 그가 후대에 남긴 교훈과 업적이 상당하다.

유일한 박사는 교육은 타고난 인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계발해주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고, 그의 기업 활동은 그 자체가 교육 사업이며 공익을 위한 사업이었다.

현재 교육정상화를 위한 대학체제개편이 논의 중인 가운데 공영형 사립대학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정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대신, 대학의 공동 운영권을 갖는 체제로 사립대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다.

교육정책은 적어도 한 세대는 앞선 미래를 예측하고 결정한 것이 요구되는데,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을 통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저출산 정책의 성공에 따른 학령인구의 증대에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공공의 필요에 의한 교육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기업 경영과 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육을 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한 기업철학을 몸소 실천했던 유일한 박사의 일생은 현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사업가로서는 유일하게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린 분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상(紳商)으로 존경을 받았다. 신상이란 조선 말기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던 말로 개화기의 민족 상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민족 상인들은 자기 개인이나 가족의 안락한 생활만을 추구하는 장사치가 아니라 민족과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상·공업을 일으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신상, 즉 뜻있는 상인이라고 불렸다.

유일한 박사는 일생을 통해 자본주의의 참뜻을 실천에 옮기고자 한 진정한 신상이었다. 그는 기업은 정직, 성실, 신용, 근면한 기업 운영을 통해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한편 민족과 국가에 진정한 마음으로 봉사해야 한다는 사상을 몸소 실천했다.

따라서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한 그는 굶주린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기업을 설립했다. 그가 제약업을 택한 것도 “건강한 국민만이 장차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나라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업종의 다양화와 폭넓은 선택을 위해 ‘양행(洋行)’으로 출발한 유한양행은 1936년에는 주식회사로 전환하였다.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획기적이었던 주식회사의 발족은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사회와 종업원의 것이다”는 유일한 사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었다. 기업은 종업원의 것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주)유한양행은 종업원들에게도 액면가의 10퍼센트 정도의 주식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종업원 주주제를 시행한 것이었다.

그는 광복 후에도 불법적인 정치 자금을 정계에 건네는 일은 하지 않았으며, 경영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1962년 약업계로는 최초로 주식 공개를 단행하였다. 유일한 박사는 경영 이념을 인정받아 1963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공익포장을 받았고, 1964년 국무총리로부터 우량상공인 표창, 1968년 동탑산업훈장, 1970년 국민훈장 모란장(牡丹章)을 각각 받았다.

그의 경영 이념의 특징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었다. 기업의 기능에 유능하고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업의 이윤을 육영 사업에 희사함으로써 정직한 청지기적 소유 관념을 몸소 실천하고자 하였다.

회사란 개인이나 가족을 위하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공기(公器)이며 국가에 의한 보호와 사회의 협조로 기업의 이윤을 얻었으므로 그 결과는 당연히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1940년에는 미국에서 맹호군으로 참여하여 국토수복작전을 준비하는 등의 독립운동에 동참하였으며, 해방 후 장학금 전달, 재단 설립, 학교 설립 등을 통해 나라와 사회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는 기업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통한 하나의 국가적 공동 운명체이자 공공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죽을 때까지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영원한 지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당시 임기 중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립대학은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시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전체 고등 교육기관의 30%를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앞으로 현 정부의 공약대로 ‘공영형 사립대’가 법제화 된다면 시범사업에 적정한 대학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업경영과 교육을 국가적 기여와 공공의 필요에 부합하는 하나의 과제로 이해하였던 선구적인 경영인이자 교육가였던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대학이 ‘공영형 사립대’의 시범대학으로 공적역할을 담보할 수 있다고 사려(思慮)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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