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일보 김영삼 회장] 경기도 양평에는 두물머리가 있다. 4계절 아름다운 풍광으로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두 개의 강이 합쳐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부터 호기심과 정감이 생긴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져서 한강이 시작되는 곳으로 나름대로 확실한 테마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또한 팔당댐 건설 이전, 강원도와 한강을 이으며 번창하던 나루터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도 있는 곳이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018년도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 일원에서 이뤄졌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어로 지난 봄 판문점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 5월 2차 회담을 거쳐 가을에 다시 만나자는 3차 약속이 착오 없이 지켜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짧은 만남에 아쉬움을 만회 하듯이 평양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또한 양 측 영부인들의 화기애애한 모습도 흐믓했다. 마치 친정어머니나 나이 차 나는 자매처럼 팔짱을 끼고 담소 나누는 모습은 더욱 그러했다. 피차 속내로는 정치적인 목적과 임무를 띠고 진행된 만남이었다 해도 외관상으로는 시종일관 따사로운 풍경이 연출됨으로써 본격적인 한반도의 평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진행 된 백두산 탐방은 놀랍기도 하고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번 도보다리 산책에 이은 두 번 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두 정상 부부가 백두산을 올라 천지를 둘러보고 바라보는 장면은 보는 국민들도 벅찼다. 60여년이 지난 시간 속에서 언제나 묵묵하게 민족의 비극을 품고 있던 천지. 그곳을 양측의 정상들이 나란히 방문해서 흐믓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이나 했을까, 아니면 이미 예견하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 날 특별한 장면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은 생수병의 물을 반쯤 덜어내고 천지 물로 나머지 반을 채운 것이다. 쭈그리고 앉아 두 물을 합치는 장면은 실로 감동이었다. 어떤 장면보다 의미 있고 상징적인 행위였다.

전통 혼례 때도 신랑신부가 합환주를 마시며 부부로서 한 몸의 의미를 새겼다. 역사에도 나라를 구하려는 열사들이 피를 뽑아 섞어 마시며 동지로서의 의미와 의지를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합수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커다란 상징적 행위였다. 남과 북 양측 국민들의 감성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한 민족끼리 오랜 시간 갈라져 있던 비극은 굳이 이산가족이 아니라도 충분히 불행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통해야만 비로소 도달할 수 있었던 백두산 천지, 깊고 신령스러움마저 감돌았지만 그곳을 직접 탐방한 국민들은 매번 착잡하고 슬픈 감정을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

검경일보 김영삼 회장

그날 백두산에서 나눈 두 정상의 대화 전문이다. 올바른 인식은 올바르고 가치 있는 행위를 유발한다. 남과 북, 새로운 세상을 위한 분명한 첫걸음이다. 남한과 북한의 합쳐진 두 물이 상징하듯 우리 민족은 드디어 한마음 한 뜻이 되고 한 핏줄로서의 확실한 인증에 도달했다. 한반도는 이제 하나로 합쳐졌음이 분명하다. 부디 남은 숙제 비핵화까지 도달해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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