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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는 있을까
  • 이주옥
  • 승인 2018.11.0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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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딸만 둘인 나는 아들에 대한 아쉬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 자매가 서로 얼굴 붉힌 적 없이 밤 새워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자장가인 양 엿 들으며 잠들 때 더 없이 행복하다. 거기에다 더 좋은 건 군대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아들 군대 보낸 이야기를 할 때는 늘 훌쩍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션을 취했다. 그때마다 마흔 살에 낳은 아들을 환갑에 군대 보내고 대합실을 나서던 친정아버지의 휘청거리는 걸음이 떠올라 그들의 입장과 감정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조했다.

왜 그렇게 군대에 가는 분위기는 애상적이기만 했을까. 아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물리적 조건이 휴전 상태이고 군 입대는 마치 전쟁터로 보내는 것처럼 느껴져 어쩌면 다시는 못 볼지 모른다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슬픔에 그러했으리라. 그래서 입영 열차와 신병 훈련소는 가장 슬픈 이별의 물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것은 딸 가진 부모와 여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자긍심이고 사나이로서의 자부심일터, 이 부분에선 딸만 둔 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가는 일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신체검사를 통해서 건강을 검증받고 기타 모든 것에 결격사항이 없어야 당당하게 입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사나이로서 신체적, 정신적 합격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순한 미소년이다가 군대 가기 전 머리를 삭발하노라면 보는 사람이나 본인이나 새삼 비장해지며 남자다움의 절정이 된다. 부모 또한 그렇게 말썽 피우고 속 썩이던 아들도 군대 가는 길 위에 세워 놓으면 세상없이 씩씩하고 야무져 보인다고 한다. 가족과 연인과의 애틋한 이별이 어쩌면 한 청년을 진정 남자다운 남자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군대는 한 사내를 진정한 사나이로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강도 높은 유격훈련은 강한 사나이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병역은 의무다. 성년이 되면 남자들은 병역의무를 마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하지만 누구다 다 가야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야기되는 문제들이 심심찮게 미디어를 장식한다. 다분히 한정된 공간과 민간인들이 참여할 수 없는 경직된 시스템이 주는 조건, 상하관계에서 오는 계급의 경직성 속에서 사건 사고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론 숨겨지면서 그들만의 세계에 굳건한 아성을 쌓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 중 군대는 천지개벽이라고 해야 할 정도라고 어르신들은 말한다. 예전 군대 3년은 집과는 물론, 세상과 단절되는 폐쇄성 짙은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다분히 오픈됐다. 수시로 통화가 가능하고 모바일을 통해 병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부모들과 공유한다. 그동안 철저하게 독립된 구역이라고 여겼던 군대생활까지 부모가 참견하고 개입하는 현실이 되었다고 하니 세상 참 많이 변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젊은 혈기들이 모여 있는 까닭일까. 통제와 규율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런 만큼 수시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잦은 탈영과 영내 성폭력, 총기 난사, 상관의 직권 남용 등으로 국민들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군대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렇게 암암리에 일어난 문제점이 노출되어 국민들에게 심사를 받고 철퇴를 맞다보니 군대도 예민해지고 눈치를 보는 걸까. 용감하게 총을 잘 쏘는 씩씩한 군인보다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군 생활 잘 하고 제대하는 것이 군 당국은 물론 부모의 바람이란다.

철부지가 군대 다녀오면 어른이 된다는 말은 옛말이라고 한다. 제대로 총 한번 쏴 보지 못했거나 수류탄 1개도 터트리지 못하는 병사가 수두룩하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 현실에 우리나라도 이제 의무가 아닌,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에도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앞장서서 승리로 이끄는 건 직업병사임이 입증됐다고 한다.

한반도의 전쟁 종식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실에 모병제나 직업병사는 곧 현실이 될지 모른다. 철모 쓰고 행군하며 부르던 노래, 진짜 사나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고 부끄럼 없이 부를 수 있는 사나이가 존재하기는 할까. 이제 남자들의 영원한 테마 군대 이야기 또한 한낱 허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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