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가끔씩 도로위에서 교통사고 횟수나 사망자 수가 쓰인 표지판을 보면 섬뜩하다. 문득 인간사 문명에 가장 유익하게 이용되는 자동차가 때로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유력한 무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천 200명에 달했다는 통계가 있었다. 노르웨이가 13명이었고 스웨덴이 26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들 나라는 운전자들의 의식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교통법규가 엄격하다고 한다. 특히 노르웨이는 ‘무관용 알콜허용법’이 적용되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그 무엇보다 무겁다고 하니 나라와 당국과 개개인의 합작품이 아닌가 싶다.

최근 곳곳에서 음주 운전으로 인한 잦은 사고 소식이 마음 아프게 한다. 해운대 군인 사망사고는 ‘윤창호법’이 제정될 만큼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만 한 사고였고 이어 대학생들이 음주 후 친구들을 태우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의 사고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뒷자리에 탄 동승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해 결국 전신마비에 이르게 한 사고도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단 한 모금을 마셨어도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도 음주운전자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심지어 그들은 단속에 걸리지 않는 노하우를 마치 기밀사항처럼 은밀하게, 또는 무용담처럼 공공연하게 공유하기도 한다.

도로 곳곳에서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음주 측정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저 좋고 제 사정에 의해 마신 술에 군관이 동원돼서 단속에 나서고 또 요리조리 피하려고 안간힘 쓰는 운전자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내 안전과 목숨은 내가 지켜야 하는데 저게 웬일인가 싶을 따름이다. 연말이 가까운 요즘엔 더욱 집중 단속 하리라 싶은데 또 얼마나 많은 헤프닝속에 많은 사건사고가 보도될 지 벌써부터 마음이 떨려온다.

대부분 음주운전은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번쯤은 괜찮을 것’이라는 자기 암시와, 본인이 무감각하게 그 반응을 판단하는 데서 자행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2년부터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곧 0.03%로 강화 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통 한해 음주운전 사망자는 540명, 부상자 수는 4,200명으로 일반 사고의 8배에 가깝다고 하니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잠재적 살인자’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무의식적이고 무책임한 음주운전으로 애먼 사람이 목숨을 잃고 신체적 장애자가 되어 가족이나 주변인들 마음에 피멍을 남긴다. 한 번의 실수가 운전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과오가 된다. 기분 좋아 한 잔, 마음 아파서 한잔, 쌓인 피로, 또는 회포 푸느라 한잔. 음주에는 이유도 많고 사연도 많다. 어쩌면 개인적인 사정이나 감정이 가장 많이 개입한다. 그런 개인적인 것으로 인한 음주에다 또 안이한 판단과 손잡고 기어이 몸소 운전을 하니 사고가 나고 내 인생은 물론, 타인의 인생까지 곤두박질하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술은 자칫 이성을 누르고 감정이 우위에 서게 되는 요물 중의 요물이다. 또한 인간 본성에 자리한 호기와 만용에 불을 지피기 쉬운 물질이다. 그렇기에 술 마시기 전에 미리 철저하게 이성의 단추를 작동 시켜야 한다.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대리 기사를 부르는 것이다. 그게 더 마음이 가볍고 술맛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백번 말해도 과하지 않은 음주운전의 위험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매함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내 의식과 개념과 그에 따른 실천이다. 한 잔 술에 거나해진 행복감을 한 순간의 실수로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서 음주 후 운전 금지는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