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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픈 성숙이라 할지라도
  • 이주옥
  • 승인 2019.03.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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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강남의 유명 클럽 사건에 연루돼 연일 매스컴을 타고 막다른 코너에 몰리고 있는 아이돌가수가 있다. 그는 타고난 춤꾼으로도 유명하지만 빼어난 입담으로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며 인기를 끌었다. 간혹은 가족과도 동반출연하면서 보는 사람들에게도 부러움을 샀고 그만의 아성을 쌓아갔다. 급기야는 이런 재능을 발판으로 다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업체를 운영함으로써 이름 앞에 세기의 재벌이름을 딴 별칭도 얻었다.

그와 나는 약간의 인연이 있다. 한 때 동향인으로 이웃이었고 우리 큰 아이의 초등학교 1년 선배다. 그 당시에도 꽤 개구쟁이여서 큰 아이를 살짝살짝 괴롭혔고 아이는 종종 볼멘소리를 하며 집에 왔다. 하지만 그때부터 남다른 재능은 이미 싹을 보였고 또래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의 입을 통해 그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았고 그랬기에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제 입에 밥 넣기 어려운 세상에서 나만의 특별한 재능으로 남보다 나은 삶을 산다는 것은 부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그 재능이 어릴 때부터 간파된다면 부모 입장에서도 더없이 다행이고 또한 본인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행운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미래에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꼭 공부만이 아닌 진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끼 많던 소년은 그 재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해서 대중의 관심 아래 명성을 얻고 그에 따른 물리적인 부를 쌓아갔다. 그저 남다르게 재롱부리는 아이에서 벗어나 그 재능으로 보통 사람은 쉽게 닿을 수 없는 화려한 삶을 사니, 새삼 연예인을 꿈으로 갖는 청소년에게는 롤 모델이 되거나 어른들에게조차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가 승승장구 하는 모습은 아이의 동향인이고 학교 동문이라는 입장에서 우선 반갑고 기특했다. 설사 화려한 이면에 감추어진 남모르는 각고가 있을지라도 우선은 흐뭇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일탈은 필요했을까. 잊을만하면 종종 불미스런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마치 내 자식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안타까웠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며 의기양양하던 그가 상상 이상의 음성적 불법을 저지르고 이제는 피의자 신분으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람 일 참 알 수 없다.

그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범죄인이 돼가는 모습을 매일 보고 듣고 있다. 화면을 통해 보이던 그의 화려한 삶은 가려지고 이제는 초췌하고 기죽은 모습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포토라인에 서는 입장이다. 1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이루어 놓은 많은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애석함과 함께 실망스러운 게 솔직한 마음이다. 설사 타의로 인한 어떨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지라도 이번 사건은 그의 인생에 치명적인 과오다. 그저 춤이 좋아 춤을 추고 노래가 좋아 노래를 하는 예술인으로서의 끼와 신명하나로만 인생을 엮어갈 수는 없었을까. 그랬으면 진정 ‘멋진 녀석’이라는 귀한 이름을 얻었을 터인데 말이다.

결국 팬들의 퇴출요구에 이어 자발적 은퇴선언까지 하는 형국이다. 작은 인연의 꼬투리 하나 가진 나도 그의 추락이 이토록 안타까운데 그의 부모 심정은 어떨까. 남보다 잘나가는 자식을 둔 입장에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고 삶의 보람이자 힘이었을 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굳이 화무십일홍이니 인간만사 새옹지마니 하는 말로 한 젊은이의 삶을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치명적인 실수라도 약이 되고 살이 되어 남은 삶이 더 튼튼하고 내실 있어진다면 이 또한 그가 기꺼이 껴안고 치러내야 할 몫이지 않겠는가.

삶의 길은 여러 갈래다. 어느 길이나 나의 선택이 우선이다. 하지만 매번 옳은 길을 선택하고 고를 수는 없는 것, 사람이다 보니 때론 잘못 판단하고 그 판단이 추락의 날개가 되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그러나 잦은 실수는 감싸주고 용서해주기의 한계를 넘어 한 사람의 인성이나 도덕성의 추락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생에 성숙을 위한 아픔이라고 하기엔 이번 그의 행태는 너무 위중하고 심각한 실수다.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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