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TV에서 멀쩡한 외모와 직업, 거기에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남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사는 모습을 본다. 대부분 쉰 살 이쪽저쪽에 있는 나이다. 해맑은 얼굴로 장난감을 조립하고 클럽에서 땀 흘리며 춤추고 근육질의 덩치 큰 사람들과 격렬히 운동하며 시간을 보낸다. 홀로 삶에 별 아쉬움 없이 천하태평으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부모 또한 이들의 일상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며 그다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간간히 “쟤가 왜 저럴까?”나 “어째야쓰까?”라고 하며 고슴도치 내 새끼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이것만 봐도 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의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힘겨운 짐을 지고 낙타처럼 사막을 걷던 기존의 40~50대 남성들의 삶이 다소는 억울하기까지 할 일이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일탈일까. 아니면 신산한 삶에 대한 그들의 시니컬한 반항일까. 하지만 그 삶을 마냥 응원하고 격려할 수도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혼돈의 시대다. 무엇하나 안정적인 것이 없고 안심할 부분이 없는 듯하다. 이런 시점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년들은 취업이 안돼서 희망을 잃고 중장년들은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흔들리는 기반에 불안하고 춥다. 노인들 또한 경제적 빈곤과 외로움에 서럽고 고달프다. 이런 현실에 특히 그동안 그나마 나라의 주춧돌이었고 가장 믿었던 40~50대가 ‘가족으로부터 이탈’이라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의식의 변화로 혼기를 늦추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리라.

40~50대에 미혼도 많지만 이혼율도 기하급수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1인가구화’가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새 생명이 탄생하지 않으니 인구수도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보여 국가적 위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미혼이면 부모와 동거하거나 이혼했을 땐 자녀와 동거할 확률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이란다. 언제까지나 든든한 기둥일 줄 알았던 그들의 이탈이 당혹스럽다.

40-50대들의 자기애의 귀소는 그동안 젊은 세대의 이용 빈도로 독보적인 자리에 있던 소셜커머스(SNS를 이용한 공동구매, 소셜 쇼핑)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 또는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은 40~50대 중년층 남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쇼핑몰로 구조를 바꾸는 현상까지 나타난단다. 40~50대가 맞닥뜨린 사회구조적 변화가 소비시장의 판도까지 민감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전 40~50대는 사회적으로는 경제 견인차로, 가정적으로는 주택마련이나 아이들 교육비 등으로 등이 휘게 일하고 자신에겐 10원도 투자 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50대가 우리나라 전체소득의 64%, 전체소비의 63%를 차지했지만 대부분 본인보다는 가족이나 사회에 투자했던 편이었다. 하지만 미혼이나 이혼으로 홀로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소비성향이나 판도가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예부터 ‘홀아비는 빈대가 서 말’이라고 했다. 그만큼 혼자 사는 남자는 여자보다는 훨씬 초라하고 힘겹게 보였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화하고 인식은 달라졌다. 1인가구를 겨냥한 작은 평수의 집부터 혼자 살기에 안성맞춤으로 제조되는 식자재,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모바일 세계가 혼자 사는 삶을 여러 가지 물리적, 정서적인 면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남성의 종족보존의 욕구는 본능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과 육아에 드는 수고와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결혼은 엄두가 안 나는 것일까. 세상은 남녀불문, 성인이 결혼하고 애 낳고 평생을 해로 하고 살기에는 너무 힘들게 변했다. 인간도 동물과에 속하는지라 스스로 개체수를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본능을 거세하는 물리적인 악조건에 포위된 현실이 슬프다. 그들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종족번식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무리 없이 펼치는 일이 결국엔 국가발전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