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우즈베크 철도 통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2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제안하며 구애공세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하원 본회의장 연설에서 “양국의 고대국가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것처럼 21세기 ‘철의 실크로드’, 철도를 통해 양국이 이어져 상생 번영하는 꿈을 꾸었다”며 “철도를 통해 양국이 만나는 일은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한반도 남북의 철도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지와 축하를 받으며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며 “우리는 반드시 대륙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교류가 혁신이며 곧 번영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역사가 가장 강력한 증거”라며 “한국의 오랜 친구 나라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교류가 21세기의 혁신으로 이어져 양국의 공동번영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우리의 공동번영과 이어져 있다”며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교류 제안에 한국의 산업자원부 장관과 우즈베키스탄의 부총리가 참여하는 경제공동위도 새롭게 꾸려지는 등 양국 관계자 이번 순방을 계기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는 모습이다.
다음은 문 대통령 우즈베키스탄 의회 연설 전문 |
존경하는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앗쌀롬 알레이쿰! 우즈베키스탄 하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연설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는 2016년 12월, 이곳 하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이 정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 위해 ‘가상 민원실’을 개설했고, 2017년에는 외환자유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국정을 운영하고 계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의원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나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오는 길에 1500년 전, 어느 날을 상상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처럼, 1500년 전의 우즈베키스탄인들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대했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미 고대국가 시기부터 사신들이 오고 간 친구 국가였습니다. 나의 상상은 한국의 서울에서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멋진 타슈켄트 기차역에 내리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인은 이곳에서 중앙아시아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며, 이중내륙국인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바다 태평양을 만나고, 고려인들의 고향 한국과 미래를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도를 통해 양국이 만나는 일은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입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손님이 다녀간 집은 윤택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동서 교류가 낳은 위대한 산물들이 가득합니다. 수학자 ‘알 호레즈미’가 집대성한 연산 기술은 그의 이름을 딴 ‘알고리즘(Algorithm)’으로 발전하였고 ICT 기술을 낳았습니다. 교류가 혁신이며, 곧 번영입니다. 나는 한국의 오랜 친구 나라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교류가 21세기의 혁신으로 이어져 양국의 공동 번영을 이룰 것이라 확신합니다. 양국은 지난해 21억 불로, 사상 최대의 교역액을 기록했습니다.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적으로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사업은 91개 기업, 125건, 총 107억 불에 이릅니다. 오늘 나는 친구이자 형제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더욱 깊게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5G,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신산업 분야 협력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이번에 개소되는 ‘한-우즈벡 보건의료 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개혁에 한국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7년 ‘국민 대화 및 인간 권익의 해’, 2018년에는 ‘기업활동 및 혁신의 해’에 이어 올해를 ‘투자 및 사회발전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존경하는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게 특별히 고마운 나라입니다. 1937년 극동지역의 많은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 당했을 때,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갑작스런 이주로 정착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었습니다. 참으로 살길이 막막했던 고려인들에게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우즈베키스탄의 국민들 덕분에 고려인들은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우즈베키스탄의 ‘하샤르(hashar)’ 정신에 힘입어 고려인들도 우즈베키스탄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한 바로 이듬해인 1992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이후 급속히 친밀해진 양국은 수교 4년 만에 양국 합작 자동차조립공장을 타슈켄트에 설립하고, 우즈베키스탄산 원면을 100% 사용하는 섬유공장도 설립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양국의 교류 규모는 지금은 에너지, 자동차, 섬유, 물류, IT,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6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활동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방한을 시작으로 이번 나의 방문까지 양국 정상은 무려 16차례 만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국제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양국 국민도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봄을 맞는 가장 큰 명절 ‘나브루즈(Navruz)’와 한국이 새해를 맞는 가장 큰 명절 설날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매년 타슈켄트에서 고려인들이 개최하는 ‘설날’ 행사는 우즈베키스탄 국민이 함께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양국의 문화를 즐기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양국이 이렇게 비슷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한국은 한국에 거주하는 7만 명의 우즈베키스탄인들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깊은 호감으로 양국의 수교 역사는 채 30년도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형제 같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아몬드를 보호해 주는 것은 껍질이고,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것은 친구다’라는 속담처럼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형제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2000년 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에 총 7차례에 걸쳐 인력을 파견했고, 2017년 11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유엔총회 올림픽 휴전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주었습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우리의 공동번영과 이어져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 방안을 제안했고, 주변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으로 마침내 2009년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조약이 발효됐습니다.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는 또한 중앙아시아 역내 화합과 협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우즈베키스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은 어느 국가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발전이 한국의 발전입니다. 이제 양국의 교류는 혁신과 번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라흐맛! 감사합니다. 2019년 4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