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운동이라고는 가끔 계단을 오르고 어쩌다 동네 산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이던 난 3개월 전 딸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몸을 비틀고 구부리고 늘리는 자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화석처럼 굳어버린 근육은 쉽게 풀리지 않고 움직임에 따라 뼈에서는 간혹 우두둑 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장애물 뜀뛰기를 하면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다리는 풀려 휘청거린다. 스프링 달린 도구에 팔다리를 걸고 스트레칭 하다보면 가끔 구토도 나고 어지러울 때도 있다. 운동에도 알맞은 나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매번 어정쩡하고 부정적인 자세는 강사의 눈에 참 곤란한 수강생이리라. 날렵한 몸으로 완벽하게 다리 찢기 하며 한 마리 새처럼 보이는 포스터 모델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하면서 희망을 갖지만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운동은 일주일에 3번 한다. 그날은 괜스레 아침부터 부담스럽다. 미리부터 다리도 뻐근하고 허리께가 아프다. 하지만 용을 쓰듯 뻑뻑한 스프링보드를 잡아당기고 있는 힘껏 옆구리를 늘리며 기구 오르내리기에 땀을 흠뻑 쏟다보면 미처 몰랐던 희열이 느껴지고 어느새 몸이 개운해진다. 직업병으로 굳어져서 침을 맞아야 할까 주사를 맞아야 할까 고민하던 오른 쪽 어깨 통증도 거짓말처럼 나아지고 있다. 스트레칭의 효과이며 운동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긍정적인 결과다.

근력 키우기에는 계단 오르기가 최고며 장수에도 좋은 운동이라는 건강 칼럼을 읽었다. 아파트 8층에 사는 나는 손에 무거운 물건이 들려 있지 않는 한 가능하면 계단으로 오른다. 천천히 하면 4-5분이면 족하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랑 큰 차이도 없다. 처음 시작은 나중에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기관은 대체적으로 멀쩡한데 뼈가 건강하지 못해 인공 관절을 하고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그것이 옆 사람들에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익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계단 오르기는 속도에 따라 운동 효과가 확연히 차이 난다고 한다. 숨이 차오르게 해야 좋다고 한다. 그 후 뛰다시피 빠르게 계단을 오른다. 아직은 무릎에 통증도 없고 호흡에도 이상 없는 것이 스스로 흡족하니 당분간 이 운동은 거르지 않을 참이다.

인간수명 120세가 코앞이다. 하지만 길어진 수명은 재앙이지 결코 축복은 아니라는 비관론이 의외로 많다. 대책 없는 장수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불행한 사례를 보면서 실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지 살아있기만 하고 모든 인지 능력이나 신체활동이 멈춰버린 상황은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없는 불행이다.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숙원이며 화두가 됐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사람들에게 고민도 커지고 숙제도 늘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 조절과 운동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제 넘치는 먹거리정보에 혼란을 겪을 정도고 사람들은 고르느라 아우성이다. 운동은 마치 강박처럼 자리 잡아 주야장창 산이 미어터질 정도로 등산을 하고 동네 헬스장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환하다.

엊그제 오랜만에 동네 산에 올랐다. 운동이라기보다는 봄이면 진풍경인 벚꽃그늘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년보다 일주일 늦은 발길에 꽃은 이미 지기 시작하고 연두 빛 새순이 돋고 있었다. 자연은 게으름 피지 않고 제 시간에 충실하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모든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몸이 허용하는 한계와 범위가 있다. 꽃이 피는 시절도, 몸의 기능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과 시간이 알려주는 순리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직립보행 때문이다.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는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인류 문명에 혁신적인 발전 원동력이었다. 차별화 되고 월등한 신체조건에 나이라는 물리적인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건강에 대처한다면 길어진 수명은 분명 축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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