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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의 힘
  • 이주옥
  • 승인 2019.05.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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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VIEW.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호텔이나 펜션도 뷰가 좋으면 값을 더 내야 한다. 찻집이나 밥집도 뷰가 있는 창가자리는 언제나 만석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침대위에 누워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거나 테라스에 나가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며 밤하늘의 별이나 달을 볼 수 있다면 얼마큼 더 지불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

겉으로 보여 지는 것에 목숨 건 듯 하는 세상, 그것으로 인한 폐해는 너무 많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필수고 월세는 못 내도 번듯한 백(Bag) 한 개는 들고 다녀야 한다. 개인 SNS 인0000이나 페000, 블로그는 이런 세태를 더욱 반영한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명품 식기에 화보처럼 차려내는 음식, 영국황실이 부럽지 않은 테이블에 티포트와 함께 놓인 고급 커피 사진에는 ‘좋아요’가 수백 개 씩 붙고 엄청난 댓글이 달린다. 나 또한 여자들의 로망 같은 삶을 실현하고 사는 그들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연신 탄성을 지르고 부러운 마음을 갖는다.

모바일 사이트에서 유명세를 타고 줄 서지 않으면 맛 볼 수 없는 수제 과자집이 있다는 것을 딸아이를 통해서 들었다. 사진으로 본 그 과자는 마치 조각품 같았다. 과연 저걸 먹을 수나 있을까 싶기만 했다. 그곳은 오픈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마감시간도 따로 없다. 그날 치 제품이 완성되면 사이트를 통해 그날그날 오픈 시간을 알린다. 그리고 판매가 완료되면 가차 없이 클로즈 한다. 이런 운영방식 때문이었을까. 더 강렬한 호기심이 일었다. 어느 날 작심하고 사이트를 통해 알려준 오픈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차는 어느 작은 아파트 단지 뒤편 후미지고 좁은 골목으로 안내됐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멘트를 듣고 멈췄으나 딱히 간판도 보이지 않고 그럴싸한 가게도 없었다. 길에서 내려 천천히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근처 세탁소로 들어가 물었지만 주인아저씨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무슨 ‘봉다리’를 젊은 사람들이 들고 다니더니만 거긴가 보다며 손끝으로 50여m쯤 떨어진 작고 허름한 가게를 가리켰다. 그날 오픈시간은 오후 2시였고 그때 시간은 1시 50여분 정도였다. 꺼지지 않는 호기심과 그런 대열에 합류한다는 자긍심으로 웃음기를 머금고 다가서니 이미 한 20여 미터 쯤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대부분 젊은 여자들이었다. 1시 58분이 돼도 자잘한 꽃무늬 가득한 낡은 커튼이 드리워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서야 보였다. 가로 80cm, 세로 100cm 정도 되는 작은 나무 입간판이. 동네 아저씨가 말한 ‘봉다리’와 지나치게 서구적인 그 가게 이름은 영원히 불협화음일 것만 같았다.

정확히 오후 2시에 드르륵거리며 여닫이 출입문이 열리고 순서대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사이트에서 보았던 막 구워진 상품 서너 가지가 작은 유리 진열장에 담겨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소품들과 벽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백문 불여일견’은 거기에서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냥 화보처럼 찍힌 사진으로 만족했어야 했다. 아기 주먹만 한 과자 한 개에 4천원 남짓 하는 것을 6개 구입해서는 황급히 돌아왔다. 예외 없이 그날도 커다란 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상품과 가게 안을 열심히 촬영하던 젊은 여성들은 있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조카에게 교복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조카는 뽀얀 얼굴로 상큼하게 미소 띤 사진을 보내면서 부연 설명도 함께 보내왔다. “고모, 보정한 사진이에요.”라고. 나는 요즘은 민낯을 보여 주는 게 오히려 민폐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아이는 ㅋㅋ이라는 이모티콘 닮은 단어 여남은 개를 답으로 보내왔다.

보여 지는 것이 무엇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고 그런 줄 알면서도 들여다보고 찬사를 보내는 것이 예의인 세상이다. 적당히 가리고 덫칠하는 보정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면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몸 밖의 몸을 보며 상대방의 모습을 알고 마음 밖의 마음과 소통하며 적당히 눈감고 얼버무리는 세상, 어쩌면 진실을 아는 일이 차라리 결례이고 착오일지 모르겠다.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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