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애국 앞에 보수·진보 없어…기득권 매달리면 진짜 아니다”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면서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바로 애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통해 이 같이 언급한 뒤,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며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제64회 현충일 추념사 전문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나라를 지켜낸 아버지의 용기와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고단함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와 남겨진 가족의 삶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우리의 애국은 바로 이 소중한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나라를 위한 일에 헛된 죽음은 없습니다. 우리의 보훈은 바로 이 소중한 책임감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길 바랍니다. 올해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1956년 1월 16일 무명용사 1위를 최초로 안장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8만1천여 위가 안장되어 있습니다. 현충원은 살아있는 애국의 현장입니다. 국립서울현충원 2번 묘역은 사병들의 묘역입니다. 장군은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참다운 군인정신을 남겼습니다. 석주 이상룡 선생과 우당 이회영 선생도 여기에 잠들어 계십니다. 두 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넘어 스스로 평범한 국민이 되었습니다.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며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합니다.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습니다. 지난 3월 충칭에서 우리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청사복원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뜻깊은 날 미국 의회에서는,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건국의 시초로 공식 인정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내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조국은 나를 기억하고 헌신에 보답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입니다. 오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저는 다시 애국을 되새기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유족들께 국가의 의무를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지난해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했습니다. 올해는 순직 군인들을 위한 ‘군인재해보상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계신 독립유공자의 유해도 조국의 품으로 모셔왔습니다. 오늘 이재수 지사님의 유지를 되새겨봅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라고 믿습니다. 지난 1월부터 국가유공자의 집을 알리는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가족의 예우와 복지를 실질화하고, 보훈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국가유공자들을 편하게 모시기 위해 올 10월 괴산호국원을 개원하고, 제주국립묘지를 착공해 2021년 개원할 예정입니다. 유족이 없는 복무 중 사망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직권 등록하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국가유공자가 생전에 안장 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전 안장심사제도를 올해 도입하고, 현장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함께하는 ‘보훈심사 시민참여제도’도 법제화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5월 24일, 또 한 명의 장병을 떠나보냈습니다. 정부는 ‘9.19군사합의’ 이후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시작으로 유해 67구와 3만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고 김원갑 이등중사님, 고 박재권 이등중사님, 고 한병구 일병님의 유가족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마지막 한 분까지 찾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책무입니다. 유가족들께서 더욱 적극적으로 유전자 확보에 협력해 주신다면, 정부가 최선을 다해 가족을 찾아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00년, 우리는 식민지를 이겨냈고 전쟁의 비통함을 딛고 일어났으며 서로 도와가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과거를 잊지 않게 부단히 각성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슴에는 수많은 노래가 담겨있습니다. 우리에게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국가유공자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