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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상처
  • 이주옥
  • 승인 2019.07.0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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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일보 이주옥(수필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했다. 네티즌은 공분하고 남자의 처사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남자는 결국 사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남자는 한국인, 여자는 베트남 이주민이다. 그들은 부부사이고 두 살배기 아이도 있다. 폭력의 이유는 우리나라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남자는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폭력의 이유로서는 너무나 가당찮고 비인간적이며 그래서 그 남자는 더욱 모질어보이고 여자는 더욱 안쓰럽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가난한 나라에서 부모 형제를 떠나 낯선 나라로 시집왔을 텐데 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에 시달리다니.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는 태생부터 남자의 존재는 여자들보다 우위에 있었고 그건 여성들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묵과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여자이기 때문에 받았던 천대와 불공평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남자형제보다 더 배고팠던 어린 시절, 그들보다 늘 아쉽고 목말랐던 학문적인 혜택, 사회적으로 불공평했던 대우, 결혼 생활 중 시댁과 남편에게서 받는 불합리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남자의 영역은 능력 있는 여자들에게 조금씩 침범당하고 더불어 그들의 위상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여자 위에 군림하고 싶은 남자의 속성에 자존심 다치는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사이 그들도 여자의 영역에 침범하기 시작했다. 화장, 요리, 육아와 인테리어까지….

본래는 인간 평등주의 아래 남녀 차별 없는 것이 근본원칙이지만 알게 모르게 고질화되어진 남자 우위의 사상은, 여자들이 그들의 영역을 잠식하는 사이에 자격지심은 물론 적대시하는 지경까지 흘러온 모양이다. 무시당했다는 이유 하나로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에게 앙심을 품고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로 희대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들.

동영상 속 폭력을 행사한 남성도 인간 본질적인 비하의식이 폭행의 명분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행위와 의식이 여자들에게 남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가라앉아 있던 남성 혐오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도화선이 된다. 생각도 행동도 자유롭고 평등해야 할 세상에 살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무지몽매 천대를 당하고 물리적인 폭행과 더불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공포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잘못 인식된 여성비하 내지는 하대 사상에 재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언젠가 20대인 두 딸에게 밤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고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않은 여자들도 문제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나의 원시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신랄한 질타를 들었다. 나도 여자이면서 어쩔 수 없이 내 나이 세대에 받고 자란 교육에 따른 관념은,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 힘이 없었다. 이번 사건도 태생이나 관계를 떠나 의당 존중되어야 할 인간평등이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 사이 돈이라는 물리적 요소가 끼었단 이유로 남편에게조차 종속 관계가 성립되고 유린당한 것이 아닐까.

이번 사건으로 남녀 관계의 불협화음의 위험수위가 도를 넘어 또 얼마간은 분기충천하고 불편할 것이다. 여자들은 한겨울 외투 단추를 채우듯 남자들에게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건다. 이제 여자들은 더 이상 남자들에게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고 그들에게 어떤 기대도 갖지 않으리라.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물리적인 힘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없고 마지막 남은 남성에 대한 환(幻)도 빼앗겼다. 아니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것이 날카롭고 차가운 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과 사람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관계가 희망인데 서로 마음을 무장하고 적대시하며 비난하고 있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낯선 나라에서 정신적으로도 외로웠을 한 여자는 남자의 그릇되고 피폐한 정신 상태에 의해 무참히 폭력을 당하고 국가는 그들을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깨진 가정은 어쩌고 그녀의 상처는 어떻게 아물 것인가.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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